평화롭던 농촌 짓밟은 덤프트럭 행렬
LH, 주민 불편 뒷전… 농로엔 공사차량 즐비
목숨건 등하교ㆍ비오면 노인들 물벼락 다반사
LH의 사업시행 지연 및 안일한 대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해당 지구내 원주민 뿐만이 아니다.
사업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경계지역 주민들도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불편을 겪으면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수원 호매실지구 인근의 오룡골이다.
40가구 218명이 살고 있는 오룡골은 그린벨트로 묶여 주민 대부분이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수십년간 앞을 지나는 중로 3-78호를 이용해 트랙터나 경운기를 몰고 인근 들이나 밭으로 일을 하러 다녔지만 몇년 새 집 앞을 나가기가 무서워졌다.
새마을운동 당시 주민들이 직접 길을 닦아 수십년간 사용하던 농로에 호매실지구를 드나드는 공사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면서부터다.
노인들은 허리가 꼬부라진 채 길을 걷다 집채만한 차량들이 달려드는 통에 일을 하러 나가기가 무서워졌고, 위험한 통학로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주민은 마을을 떠났다.
경적을 울려대는 차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비라도 오는 날이면 물벼락을 맞는 일은 이제 다반사다.
수년간 이같은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이 결국 지난 1월 길을 막겠다고 나서면서 LH는 뒤늦게 도로 확장공사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마을 이장 이성욱씨(50)는 “우리 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트랙터를 몰고 나가는 상황”이라며 “그린벨트에 재산권이 묶인 채 살아가는 주민들이 농사라도 편히 짓게 농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농로와 관련한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들었으며, 도로기준 등을 수원시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