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집주인이 세입자 전락… 살길 막막

[슈퍼갑LH 서민은 고달프다] 4. 피폐해진 원주민의 삶, 수원 세류지구

30년 살던 집 보상금으로 인근 전세 얻기도 빠듯

월세 수입까지 사라지고 특별분양 혜택은 그림의 떡

“사는 게 나아지기는 커녕 당장 살길이 막막합니다”

수원시 평동의 4천500만원짜리 조립식 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이모 할머니(70ㆍ여).

사는 게 강퍅해 일흔의 나이까지 부동산 중개업을 놓지 못하고 있지만, 할머니도 한때는 내 집을 가진 ‘집주인’이었다.

젊은 시절 고생 끝에 수원 권선구 세류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주택을 지어 소박하나마 월세를 받으며 삶을 영위하던 이씨의 삶이 곤두박질 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살던 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가 됐고 결국 지난 2009년 초 빠른 보상을 원하는 세입자들 등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상을 받고 나오면서 악몽은 시작됐다.

30년 가까이 살던 150여㎡ 규모의 집을 LH에 넘기고 보상을 받은 돈으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내주고, 주택 마련 당시 대출을 상환하고 나니 남은 돈으로는 인근 동네에 전세를 얻기도 힘들었다.

결국 수원 외곽 지역까지 밀려나오면서 화병이 난 남편은 술을 달고 지내다 당뇨까지 얻어 하던 일마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나마 받던 월세도 없어진 이씨는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3개월째 사무실 월세마저 밀려 유일한 소득 수단인 부동산중개업도 계속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다. ‘로또’라고 일컬어지던 사업지구를 통해 자식들 뒷바라지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다 큰아들에게 해줄 것이 없어 아직도 아들은 ‘처가살이’를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는 특별분양 혜택은 이 할머니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

분양가가 당시 보상가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특별분양가 혜택이 있어도 지불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세류동쪽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승헌 세류지구 주민대표위원장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좋게 해준다는 미명 하에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줬지만 결국 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며 “결국 LH가 원주민들을 내쫓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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