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공사비 좀 받아주세요” 불황 속 ‘하도급 분쟁’ 폭증 지난해 분쟁조정 전년비 4배↑ 원청, 하청에 ‘우월 지위’ 악용 불공정거래ㆍ대금체납 ‘다반사’
사장을 포함해 직원이 둘 뿐인 영세업체 N사는 지난 2010년 중견기업 S사와 용인 기흥의 한 ‘육가공공장 증축공사’의 판넬 공사 하청계약을 맺었다.
공사 도중 설계가 변경되면서 그 해 말부터 이듬해 1월까지 추가 공사를 했지만 S사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공사대금 2천300만원 지급을 지난해 초까지 1년 가까이 미뤘다. N사는 결국 도산 위기에 몰렸고, 급기야 공정위를 찾아 체납된 공사 대금을 받아달라며 S사를 제소했다.
시흥의 중소 건설업체인 W사 역시 지난 2011년 ‘사설교육연구시설 신축공사’를 대기업 계열의 I건설사로부터 2천400만원의 전기공사를 하청받았다. 공사 마무리 시점부터 법정기일(60일)이 지나도록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W사는 공정위를 찾았고 6개월간 심사 끝에 I사와 합의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I사는 체납액 중 300만원만 전달했고 나머지 대금은 현재까지 지급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이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불공정하도급 거래 분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원청-하청 간의 하도급 분쟁 조정 실적은 지난 2011년 83건에서 지난해 451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하도급 분쟁 조정 실적도 49억8천800만원에서 342억5천만원으로 무려 5.8배나 늘었다.
분쟁 유형으로는 ‘하도급 대금 미지급’이 358건(79.3%)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하도급대금 부당감액’ 26건(5.7%), ‘부당한 발주 취소’ 22건(4.8%)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하도급 분쟁이 늘어나는 데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로 건설과 소비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대기업·중견기업이 하청업체에 대금결제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청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장기어음 발행과 재계약 시 불이익을 주는 등 불공정 하도급 계약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 분쟁조정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지만 기간이 최소 3개월∼3년까지 소요되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www.kofair.or.kr)에 하도급 분과를 신설해 분쟁당사자간 소송기간과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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