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문화예술도시]<1>안양문화예술재단

문화생태계 다양성ㆍ공공성 강화로 문화복지 만족도 높였다

경기도에는 지난 1997년 국내 최초의 비영리 문화예술기관으로 출범한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지역문화재단과 대규모 공연장이 있다. 이들의 존재 이유는 지역 특유의 문화예술 발굴 및 진흥을 통해 도시 발전과 시민의 풍요로운 삶을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지역문화재단과 공연장 등이 지역 특성과 상관없는 문화정책과 공연, 천편일률적인 교육ㆍ체험 프로그램, 일회성 행사 등으로 ‘예산 잡아먹는 하마’로 외면받기 일쑤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문화재단과 공연장이 지역성을 살린 차별화를 시도, 지역 발전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화도시의 ‘길잡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이사 노재천ㆍ이하 재단)을 만나본다.

▲아픈 과거 끌어안고 선두주자로 나서다

지난 2011년 겨울, 안양은 더 추웠다. 그 해 안양시 석수동 단칸방에서 32세의 한 시나리오 작가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예술가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지난해 11월 ‘예술인복지법’ 제정 및 시행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예술인복지법의 출발지나 다름없던 안양시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지역사회 최초로 모두 262명에 이르는 지역 예술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술인 지원 프로그램을 계발하기 위해 전문연구기관과 연구 조사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난 12월12일 지역 예술인들과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열었다.

재단은 당시 제기된 문제를 보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예술인 지원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 예로 ‘2013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와 ‘추억페스티벌’, 각종 공연과 전시사업 등에 지역 예술인 참여를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예술인과의 대화 창구도 상설화한다.

열린 문화 토론 ‘오픈톡(Open talk!)’과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예술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4대 보험’ 지원이 빠져있는 등 예술인복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재단은 안양만의 특별한 예술가 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에서 벌어진 아픈 과거를 끌어안으면서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가 된 것이다.

▲우리만의 것으로 우리에게 집중시키다

재단은 지난 2012년 국악 시리즈 공연인 ‘이판사판 콘서트’를 자체 제작해 6차례에 걸쳐 선보였다.

국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트리고 평균 8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국악 종합선물세트’라는 호평을 받았다.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이 국악이라는 장르를 기피할 때, 안양은 오히려 이를 앞세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처럼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시도함으로써 좀 더 주목받고 실리를 얻는, 마치 ‘청개구리’와 같은 재단의 행보는 또 있다.

지난 2011년 자체 제작한 뮤지컬 ‘셜록홈즈’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3관왕에 오르며 도시와 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듬해 전국 투어를 통해 수익 창출 등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올해에도 재단의 청개구리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0~23일 평촌아트홀에서 펼쳐지는 ‘2013 평촌아트홀 실내악 페스티벌’(음악감독 양성원)이 대표적 예다.

교육열과 문화예술의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의 젊은 부모와 어린이들이 저렴한 가격(3만원대)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안양의 평촌아트홀에 대해 클래식 실내악 전용 공연장으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시설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구석구석 마중 콘서트’로 명칭을 변경하고 두 배 이상 확대 시행한 일종의 ‘찾아가는 공연’을 올해에도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안양아트센터 야외무대를 활용한 콘서트와 가족 영화 상영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재단의 슬로건인 ‘시민의 일상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을 실천하는 한 방법인 것이다.

이 밖에 전국 문화재단 가운데 최초로 재단에서 생산한 제반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수집ㆍ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2014년 재단 설립 5주년에 맞춰 멀티미디어 스마트 백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송경호 재단 홍보실장은 “국악과 클래식, 대중문화 등 안양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고 시민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사업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했다”며 “올해 역시 안양시가 표방하는 ‘스마트 창조도시’에 부합하는 정책을 본격 시행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인터뷰>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

“단지 정상적(正常的)으로 돌아가는 재단이 아닌 국내 정상급(頂上級) 재단이 돼야 합니다. 올해에는 특히 모든 고객을 위한 최고ㆍ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이 같은 2013년 제 1목표를 밝혔다. 인터뷰를 통해 설립 3년만에 안양문화예술재단만의 색깔을 찾고 특유의 나아갈 길을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찾아봤다.

▲국내 정상급의 기준은 무엇이며 구체적 방안은 있나

재단은 현재 안양아트센터와 평촌아트홀, 알바로시자홀 등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들 모두 국내 정상급으로 올리겠다.

중요한 것은 공연장의 위상이 시설이나 자본력과 아무 관계없다는 것이다.

공연 찾는 이들에게 최고 수준의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토양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면 그게 바로 최상의 공연장이다.

반드시 우리가 해낼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시설과 환경 개선은 물론 모든 고객에 최적화된 정책과 프로그램을 최단 시간 내 계발하기로 했다. 또 사업과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사후 평가에 이르는 과정을 전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소통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품질의 고급화는 물론 투명성과 엄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다른 지역문화재단이 엄두내지 못한 공공성 확보가 눈길을 끈다. 이유는

대부분 문화재단이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최대 과제로 고민하고 있다. 안양 역시 끊임없이 수익성의 유혹을 받았지만 공공성 강화에 주력했다. 장기 경기 불황에 따라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운 때 문화는 이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에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 또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터, 공익재단의 책무인 ‘문화복지’만이라도 제대로 실현하자는 판단이었다.

지난해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초청 공연 중 1회를 문화 취약층과 재단회원 등에게 무료 관람케 했고, 취약한 국악 분야 진흥을 위해 적잖은 금액을 들여 무대에 올려 호응을 얻었다.

공연장과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백 스테이지 투어 프로그램도 계발, 불과 넉 달 동안 수 백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연장 인근 직장인을 위한 점심시간 프로그램 개설, 수험생을 위한 무료 강좌, 기획공연에의 문화 취약층 초대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 또는 사업은 무엇인가.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악과 클래식 공연 비중을 높이겠다. 특히 평촌아트홀의 콘셉트를 실내악 전용 공연장으로 설정, 비록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이에 걸맞은 공연만을 올리기로 했다. 평촌아트홀 대관 또한 공연장 컨셉트에 맞지 않을 경우 이를 불허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최고의 실내악 전용공연장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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