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되면, 중소기업으로서 누렸던 각종 지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으로 진입을 시작한 기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들 기업을 중견기업이라고 부른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이 아니고 공정거래법에 따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정의된다.
우리나라에는 1천422개(2011년) 중견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4%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0.04%의 중견기업이 고용의 7.7%, 수출의 10.9%를 차지하고 있다.
중견기업을 한국경제의 허리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의 중견기업 비중이 적어 경제의 허리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2%의 중견기업이 15%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견기업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은 2010년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략은 중소기업 졸업 촉진과 졸업기업 부담 완화가 핵심이다. 2012년부터는 강화된 중견기업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으로 오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 숫자를 2배 이상 늘려 3천개를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하도급 거래, R&D 세액공제, 기술혁신 촉진 등 지원의 범위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견기업 정책이 지식경제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이관됐다. 중견기업 지원을 중소기업 지원의 연장 선상에서 추진해야 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성장 구조가 한결같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와 육성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에 그치고 있다. 중견기업은 평균 매출액이 2천700억 원이 넘는 기업들이고, 제조 중견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4천277억 원에 달한다. 제조 중견기업 대부분은 대기업과 1차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들이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경쟁력을 갖췄다. 따라서 보호와 육성 중심의 지원 형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특히,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경우에 따라 통상 압력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중견기업 지원은 성장과 발전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일자리 창출과 수출 촉진이 중요한 시점이다. 중견기업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중견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수록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는 성장의 선순환이 완성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성장의 걸림돌이다. 협력관계에서는 대기업의 성장 없이는 중견기업의 성장은 어렵다.
결국, 중견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그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미 0.04%의 중견기업이 10% 이상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도 충분하다. 한국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견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보호와 육성보다는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을 유인할 수 있는 지원기반 구축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김 동 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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