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본권 억압 ‘민주화 열망 족쇄’ 악법 단죄 故 장준하 선생 등 피해자 1천명 명예회복ㆍ정부에 배상 가능해져
민주화 억압 수단이 됐던 긴급조치 1호와 2호, 9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 표현·집회·시위의 자유 지나친 제한
헌법재판소는 21일 긴급조치 피해자 오모씨 등 6명이 제기한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긴급조치 1호와 2호, 9호가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긴급조치 1·2·9호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1·2호에 대해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 개정권력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유포 금지, 함께 내려진 긴급조치 2호는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하라는 내용이다.
■ 기소 절반가량 박정희 정권·유신 비판
헌재가 유신체제하 긴급조치1·2·9호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1천여명의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2006년 하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총 589건으로 피해자는 1천100명이 넘었다. 긴급조치 1호와 4호 위반이 36건, 3호가 9건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9호를 위반한 사건이다.
기소 사건의 절반가량인 282건(48%)이 음주 대화나 수업 중 박정희 정권과 유신체제를 비판한 경우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끌려가 재판을 받은 것이다.
또한 191건(32%)은 유신반대·긴급조치 해제 촉구시위와 유인물 제작과 같은 학생운동 관련 사건으로 집계됐으며, 이어 85건(14.5%)은 반유신 재야운동과 정치활동, 29건(5%)은 국내재산 해외반출과 공무원범죄, 2건(0.5%)은 간첩사건으로 분석됐다.
고 장준하 선생이 대표적인 피해자이다.
그는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개헌청원운동을 함석헌·계훈제씨 등과 함께 논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자격정지 12년을 받았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심에서 39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강해인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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