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ㆍ유명 예술단체 초청공연 승부…문화예술도시로 '큰걸음'
지난 21일 오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가 전석 매진되는 사상 유래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개관 10년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수준급 클래식 기획공연이라는 것과 유명 대중가수 콘서트가 아닌데도 관람권이 모두 팔렸다는 점 등이 사건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창립된 오산문화재단이 문화 볼모지로 여겨졌던 오산시에서 잇달아 사건을 일으키며 문화도시로 이끌고 있다.
오산시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했던 오산문화예술회관은 문화재단 출범 후 기획 공연 리스트부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단 출범 4개월여만에 오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정상급 아티스트와 유명 예술단체를 올렸다. 공연 출연진 대부분이 오산시를 처음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으로 이뤄진 아시테지 주관의 ‘2012 아트드림 지역아동극축제’를 유치했고, ‘서울세계무용축제’ 참가 공연도 오산에서 개최했다.
12월 송년 특별 공연 시리즈로 이원국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뉴욕할렘싱어즈 내한공연’, 국립합창단 ‘메시아’ 등을 선보였다.
이는 오산시가 독자적으로 마련한 이례적인 송년 시리즈 공연이라는 점과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원어로 전곡 연주해 인근 타 도시의 마니아가 찾아오는 등 각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공간만 존재했던 과거와 달리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도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은 또 2013년 들어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아동ㆍ청소년 연극축제인 ‘아시테지 겨울축제’와 이화필하모닉오케스트라 초청 신년음악회, KBS교향악단 초청 정기연주회 등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혁신교육도시’라는 오산시의 특색에 맞춰 과학 콘서트(4월), 클래식 버스커스 초청 무대, 강동석과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연주회(이상 5월), 스웨덴왕립발레단과 러시아 돈코사코합창단 등 해외 단체의 공연(6월) 등을 무대에 올린다.
형식적인 시즌 기획 공연과 외부 업체의 대관 작품이 전부였던 오산문화예술회관은 이제 평일 저녁에도 많은 시민들로 북적일만큼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평일 목요일 저녁에 펼쳐진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유료 관람석이 매진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문화재단 창립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 큰 변화다. 앞으로 문화재단이 오산시 문화예술계에서 터트릴 사건과 그 영향을 주목하는 이유다.
“시립미술관이라 하기에는 규모나 인적 구성이 부족한데다, 그 규모감도 부담이잖아요. 그래서 ‘문화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되도록 오산시민이 많이 참여하고 주인되는 전시관으로 방침을 정했죠.”
강창일 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9월 문을 연 오산시립미술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문화재단은 오산시립미술관이라는 명칭 대신 문화공장을 내걸었다.
시립미술관으로 명칭을 정했을 때 대외적으로 그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소장품과 전문인력을 확대 확보해야하는데다, 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립미술관으로서 타이틀에 걸맞는 전시 기획 및 운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지역 특성을 살리고 시민 참여가 이뤄지는 장으로 활용하는 데 방침을 세웠다.
오산은 시민 평균 나이 30.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히며, 그만큼 젊은 부모와 어린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 많다. 산업단지를 조성해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유수 기업체가 활동하는 역동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문화재단은 이 같은 오산 특유의 상황을 반영한 미술 기획전을 마련해 꾸준히 시민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문화공장 개관 기념전으로 열린 ‘오산 포토페스티벌-오산사람들’에서는 타이틀 그대로 유명 사진작가가 오산 시민을 촬영해 작품으로 내걸고 사진찍기를 즐기는 오산시민이 자신이 찍은 것을 함께 전시했다.
현재 진행중인 기획전 ‘잠시동안, 인간’에는 관내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작품을 전시장 입구에 전시하는 등 끊임없이 지역민의 참여가 이뤄진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문화공장 1층에는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별도의 체험전시공간을 구성, 이영란 작가의 ‘가루야 가루야’를 통해 6천여만원의 수익을 내고 이 수익금으로 하반기에 ‘모래랑 빛이랑’ 체험전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에는 문화재단 자체 기획으로 어린이들이 교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이 밖에 문화공장 인근의 빈 점포를 활용한 레지던시 지원 사업,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에 당선돼 지원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어린이 대상 ‘YOUNG 큐레이터’, 문화예술저변 확대를 위한 시민 대상 강좌 운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혁신교육도시인 오산의 어린이만큼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접하며 진짜 성숙한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나 부모님처럼 비전문가가 만들기는 힘든 부분이죠. 문화재단의 역할인 것이죠.”
곽상욱 오산시장이 규정하는 문화재단의 역할은 분명하다.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의 ‘산실’이자 부모 세대의 문화적 요구를 해결하는 ‘산파’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처럼 명확한 존재 이유에 도내 11번째로 출범한 오산문화재단은 여타 지자체의 문화재단과 차별화된 행보를 걷고 있다. 다음은 곽 시장과의 일문일답.
▲반대 여론속에 문화재단 출범과 전문가 영입을 결단했는데, 그 이유는.
경영평가에서 항상 최하등급을 맞는 문화예술회관의 전문 경영주체가 필요했고 새롭게 문을 여는 오산시립 미술관 문화공장이 자리매김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했다. 재단 설립 초기 운영 안정과 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문화예술사업 경영 분야 전문가의 능력도 중요했다. 전문 조직의 전문가 영입 후 그 때의 판단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문화예술 부문에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교육의 도시 브랜드에 걸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문화재단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공연, 전시, 행사가 의미있고 감동적이다. 특히 지난 3월 오산뿌만 아니라 동탄, 평택, 안성, 용인 등에서 10대1의 경쟁을 뚫어야만 관람할 수 있었던 EBS모여라 딩동댕 공개방송 녹화는 기억에 남는다. 출산보육 시범도시로 선정된 오산에 멀리에서 찾아온 엄마와 아이가 관람하는 모습을 보며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재 진행중인 기획전의 작품도 떠오른다. 지체장애아동이 유명 작가를 통해 큰 골판지에 그림을 그려 이를 전시하는데, 가능성과 천재성을 동시에 볼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작고 젊고 강한 오산에 필요한 문화예술정책과 앞으로 계획은.
오산시 인구가 20만이 넘었고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혁신교육도시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관련 교육 시책을 시행해 성과를 거두며 교육의 도시 오산시라는 공식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 교육과 문화예술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통해 교육이 이뤄지고 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을 꽃 피워야 한다. 때문에 학교에서도 문예부흥이 일어나 지친 학생들과 자신의 재능을 사장시키고 있는 청소년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 르네상스’가 교육의 도시이자 젊은 도시 오산에 걸맞는 문화예술정책이자 나아갈 길이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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