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칼날수사’와 체육특기생 비리척결

고질적인 체육특기생 대입비리 병폐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의 칼날 수사가 계기였지만 다행이다. 인천지검 특수부(황의수 부장검사)는 최근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등 대학 야구감독과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브로커 등 12명을 구속기소했다.

양 전 감독은 고려대 야구감독이던 2009년 서울의 한 고교 야구감독을 통해 학부모로부터 1억원을 받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다. 천보성 전 한양대 감독과 정진호 연세대 감독도 각각 1억3천만원과 3천만원을 받는 등 연세대·고려대·단국대·동국대·동아대·한양대·경희대 등 7개 대학 전·현직 감독 8명이 학생 1인당 2천500만원~1억3천만원을 받고 입학시킨 혐의로 브로커 4명과 함께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또 서울의 한 고교 야구감독 A씨와 학부모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연세대 감독 때 학부모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달아난 이광은 전 LG 트윈스 감독을 기소중지 했다. 비리혐의자의 무더기 검거는 검찰의 대입비리 척결의지가 낳은 수사 결과다.

대학 야구감독, 선수선발권 독점이 毒

대학의 자체 전형 시스템은 허수아비

검찰, 병폐 개선과정 지속적 주시 필요

그동안 공공연하게 저질러진 대입비리는 대학 감독이 선수 선발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선 필연적이었다. 대학들은 고교 감독을 통해 선수를 미리 스카우트하고 매년 9~10월 수시전형을 통해 최종 선발해왔다. 하지만 대학 감독이 선수 선발권을 쥐고 있어 대학의 자체적 입학 전형은 형식적 과정일 뿐 허수아비와 같았다.

문제는 또 있다. 고교 야구감독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신분이 불안정하고, 브로커로 활동한 야구협회 심판위원은 한 경기당 수당이 고작 10만원으로 빈약한 대우가 비리 유혹에 빠지기 쉽게 했다. 대한야구협회(KBA)가 늦었지만 특기생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은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야구 지도자 윤리강령과 등록자격 요건 강화, 전임 심판제 도입과 성과급 현실화, 고교 감독의 장기 계약직 전환 유도 등이 포함됐다.

또 대학 감독의 고교 선수 사전 스카우트 금지, 대학별 입시요강과 지원방법·전형일시의 투명적 공개 계획도 있다. 지도자와 담당교수 등이 참석하는 선발위원회를 구성, 공개 선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어느 분야든 일이 터지면 대책을 세운답시고 호들갑을 떨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이번만큼은 아마추어 야구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앞으로 야구협회의 대입 개선 실행 과정을 지켜보고자 한다. 검찰 또한 사정기관으로서 병폐 개선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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