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문화제 '쉰 살'…상상력 살아있는 '킬러 콘텐츠' 절실
수원시에는 정조대왕이 계획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원의 문화예술은 이와 관련된 역사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과 관광으로 귀결된다. 한 도시에 세계가 인정한 대표적 문화 자원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기반이지만, 때론 독이다. 모든 것이 수원 화성이라는 틀에 얽매여 새롭고 자유로운 문화 콘텐츠 생성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수원문화재단(대표이사 라수흥)이 올해 이 약점을 극복하고 자산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워 주목된다.
올해로 ‘수원화성문화제’가 쉰 살이 됐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 화성 일원에서 정조대왕의 개혁사상과 조선시대를 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수원의 대표 문화예술축제다. 올해에는 9월27일부터 10월1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다.
지난 49년간 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 능행차를 비롯해 각종 공연, 시민퍼레이드, 친림과거시험, 진찬연, 화성 축성체험 등이 인기를 끌었다. 조선 정조 때 관군 ‘무예24기(조선 정조 때의 관군이 익혔던 24가지 궁중 기예)’의 야간훈련을 소재로 한 공연과 음식문화축제 등도 매년 관광객과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문화재단은 이처럼 오랜 기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대표 행사였던 수원화성문화제를 지난해부터 위탁 운영하게 됐다.
이에 사랑받았던 프로그램들은 유지하면서 세계문화유산과 역사라는 축제의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공연을 개발키로 했다.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로 내세울 이 공연은 무예24기를 소재로 한 총체극이 될 전망이다.
문화재단은 또 ‘무예24기 백동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확보하는 스폰서십 프로젝트(SSAC)를 통해 모은 모금액을 무예24기에 등장하는 무기와 갑옷 제작에 사용하는 프로젝트다.
이로써 문화재단이 직접 모금을 조성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장기적으로 문화재단의 안정적인 자립 기반을 구축하고 다채로운 소프트웨어 기획 및 운영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단은 화성 행궁 앞 상설 무대에서 전통문화예술공연을 연중 쉴 틈 없이 선보인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상연되는 무예 24기 시연, 주말에 진행되는 장용영수위 의식 재현 공연과 궁중무용ㆍ무동놀이ㆍ전통줄타기 등의 전통문화예술공연, 여름밤에 대중예술분야 시민단체와 동아리 공연을 선보이는 ‘야한(夜寒)음악회’ 등이다. 1박2일 테마여행과 정조리더십캠프, 테마가 있는 수원소풍 등 시민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관광객과 시민에게 끊임없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해 수원에 장시간 머물고 재방문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꾀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정조대왕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선 문화재단이 올해 해외 관광객 확보를 위해 현지 여행사 방문 세일즈부터 국내 여행사 관계자 팸투어, 관광설명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수원의 대표 문화 자산인 화성 때문에 개발에 제약받고 있는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취약지로 전락했다. 전문 공연 단체가 화성 일원에서 공연하다보니 민간 단체나 문화예술동아리에 대한 지원도 미비했던 것이 현실이다.
문화재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도심을 문화예술거리로 조성하고 문화소외지역을 직접 찾아가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한 때 수원 상권의 중심지였으나 점차 그 영광을 관내 신도시에 빼앗긴 구도심 활성화의 첫 걸음으로 행궁길(공방거리)을 지원한다.
화성행궁에서 팔달문까지의 행궁길에서 공예작가 인큐베이팅,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스튜디오, 매월 4째주 토요일 공방ㆍ음식점ㆍ지역주민 등이 주체가 되어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궁길 커뮤니티아트 페스티벌 등이 그것이다.
행궁길 인근 상가를 임대해 갤러리와 체험 프로그램 진행 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행궁길 내 공방에서 비평가 초청 간담회를 열어주는 등 작품 제작과 유통을 유도하기 위한 컨설팅도 지원한다.
행궁길 외 문화소외지역은 직접 찾아간다. 이동공연차량을 활용해 5월부터 11월까지 약 30여회에 걸쳐 대중음악과 오페라, 인형극 등의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게 시민이 직접 참여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네트워킹 프로그램, 전문가 매칭 멘토링, 리더십 육성 워크숍, 발표회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라수흥 문화재단 대표는 “의미있는 역사를 간직한 화성이 살아있는 문화예술공간이자 사람 향기가 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누구나 일상의 삶 속에서 상상력과 감수성을 자유롭게 발휘해 문화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능동적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재단은 ‘휴먼시티 수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화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사람을 우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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