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서현상 용인교육장

책상머리 ‘백년대계’는 일장춘몽 교육현장 누비며 ‘공감대계’ 개척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봄’이 완연하다. 맹추위가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해지는 따뜻한 햇살과 가지에 피어나는 연한 새순을 보면 ‘생동(生動)’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다.

봄 꽃 향기가 가득한 용인교육지원청에서 “교육은 봄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서현상 교육장을 만났다. 그는 학생을 ‘꽃’이라고 했다.

경기도 축소판은 용인

용인교육지원청, 무상급식 만족도 등 7가지 평가 1위

용인교육지원청은 지난해 NTTP 교원연수 참여율, 교원행정업무경감 만족도, 공문서 감축률, 친환경 무상급식 만족도, 학교폭력 예방교육 참여율, 기초학력미달비율, 청렴마일리지 실적 등 7가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 교육장이 취임한 지 1년만에 이뤄진 일이다. 뭐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을까.

“씨를 잘 뿌린 것 같다. 학교에서는 봄에 씨를 뿌리는 것처럼 3~5월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얻었고, 올해 역시 좋은 결실을 위해 정성들여 좋은 씨앗을 뿌리고 있다. 특히 혁신클러스터 확대와 평화 샘(SAEM) 교육, 맑고 투명한 용인 교육 등을 3대 특색사업으로 정해 추진하고자 한다.” 샘(SAEM) 교육은 Sharing(나눔), Acceptance(수용), Emotion(감성), Mutual-respect(상호존중)을 골자로 한 평화교육을 뜻한다.

서 교육장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은 경기도, 경기도의 축소판은 용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은 전교생 1천800명의 대규모 학교부터 60명이 안되는 작은 학교, 대안학교, 분교 등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수지구와 처인구의 특성은 판이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장은 “학교의 개성을 살린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미술관, 박물관, 체험학습장, 대학 등 지역사회기관과의 연계와 풍부한 인적자원의 교육기부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내 교육자원과의 연계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그는 “강남대, 용인대, 송담대, 명지대 등의 대학 및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용인시 평생교육원, 이영미술관, 경기도박물관, 한택식물원 등의 20여개의 지역사회기관과 MOU를 체결해 지역과 함께하는 동참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용인 평준화 추진

공부 못하는 학생들 탓한 것이 10년, 이후엔 모든 게 ‘내 탓’

최근 용인지역 교육계의 ‘핫이슈’인 고교평준화에 대한 계획도 들어봤다. 지난해 의정부와 안산, 광명지역의 평준화가 안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용인지역 평준화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서 교육장은 소위 일류고 또는 삼류고 등 학교 서열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부담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평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통학여건 등도 관계 기관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수지구에서는 80%정도가 찬성을 하고 있으나 서천지구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를 하시는 만큼 수원과의 공동학군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시설평준화가 떨어지는 처인구 지역에서는 시설 부분을 잘 준비해 내년에는 평준화가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경영은 봉사활동과 같습니다” 그는 교장선생님이 교사에 감동을 주고 솔선수범함으로써 행복한 학교를 만들 때 영향력 있는 리더십이 발휘된다고 믿는다.

전교생이 28명에 불과했던 원삼면의 두창분교에서 한 교사의 끊임없는 노력이 학생과 학부모를 감동시켰고, 그 결과 현재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끌어 모아 본교로 승급한 사례를 들면서 서 교육장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섬기는 교육을 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터뷰 내내 한치의 벗어남 없이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서 교육장의 개인적인 부분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역사를 전공하고 지난 1980년 교사생활을 시작한 그도 초기에는 학생탓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탓한 것이 10년, 이후엔 모든게 ‘내 탓’이 됐다고 한다.

“애들이 공부를 못하는 건 가르치는 나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학습요소 분석과 교육과정 재구성 등으로 정확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당시 안양고에서 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쳤는데 평균 점수가 아주 높았다. 덕분에 장학사로 교육청에 들어가기까지 7년간 EBS 교재를 썼다”고 되짚었다.

학교폭력, 교사들 내탓이요…

학생들 눈동자 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내 탓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런 마음으로 지도해야 가정과 학교 모두 처벌 위주보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내 아이를 가르치는 진정성을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공부 못하는 학생, 말썽 부리던 학생들이 결국엔 힘들 때 큰 힘이 된다”며 “학생들의 눈동자 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날씬한 몸매(?)의 비결을 묻자 지체 없이 “등산”이라고 답할 정도로 서 교육장은 산 ‘마니아’다. 일요일이면 북한산을 오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 가는 것을 즐긴다는 그는 지난해 말 백두대간 36구간 종주를 이뤄냈다. 지난 2007년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비결은 ‘언덕을 즐기는 것’.

그는 “산을 오르며 숨 넘어 가는 느낌을 즐기다보면 마음도 비울 수 있고 건강도 얻을 수 있다”고 자랑하며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을 때는 커다란 에너지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길을 잃고 멧돼지 떼를 만났던 위험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 든 생각이 사람은 정해진 길대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참으로 ‘교육장’ 다운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행복’을 강조한 서 교육장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본인은 행복하시냐고. 서 교육장은 “당연히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또한 우문현답이 아닐 수 없었다.

글 _ 박수철·이지현 기자 jhlee@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