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객주’(문학동네 刊)가 30여년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객주는 김주영(74)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었던 장편이다.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조선후기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상’을 따라 보부상들의 유랑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렸다.
여기서 객주는 금융업, 유통업, 창고보관업, 물류업 등을 하던 장소이자 그 행위를 하는 상인을 의미한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에서는 도가 또는 접소 등으로 불렸다. 상도덕에 대한 규율이 강해 매점, 매석, 강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여인네를 범하는 일 등에 대해 엄중하게 다스려졌다. 보부상은 보자기 보(褓)자와 짊어진다는 부(負)자가 합쳐진 것으로 신체가 건강하고 지름길을 많이 알며 기억력이 좋고 셈이 밝은 사람들이 종사했다. 흥선대원군은 보부청을 만들어 보부상 조직을 장악하려 했고 동학농민운동 때에는 보부상이 정부 편에서 토벌에 가담했다. 1898년 독립협회를 와해시킨 황국협회는 보부상이 중심이 된 단체였다.
김주영 작가는 이처럼 조선 후기 혼란한 개화기 보부상의 생활풍속과 경제활동,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피지배자인 백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근대 역사라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1979년~1984년 한 일간지에 연재했던 것을 1984년에 아홉 권으로 묶어 출간했었다. 당시 주인공 천봉삼이 원래의 구상대로 죽지 않고 산 채로 마무리됐는데, 작가 스스로 ‘완간’이라 말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마무리해야 할 이야기를 끌어안은 채 30년 세월을 흘려보냈고,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드디어 완간에 나섰다. 10권은 임오군란에 연루돼 사형수로 복역하다 도망쳤던 천봉산이 다시 울진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금도 남아있는 뚜렷한 길 위에서 가상의 주인공 천봉산이 살아 숨쉬게 된 것이다.
작가는 19세기 발전하기 시작한 울진 염전과 소금 상단, 보부상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한 일간지와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다시 시작된 객주의 마지막 10권까지 포함한 객주 개정판은 4월부터 한달에 3권씩 순차적으로 출간된다. 값 각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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