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내 딸들을 두 번 죽였다”

“딸 살인범은 지금 웃고 있어… 가슴에도 못 묻어”
“세상이 밉다”… 15년 전 괴한에 두 딸 잃은 아버지의 ‘피 맺힌 절규’

수원 20대 자매 피살사건

시간 지날수록 상처 깊은데 범인 못 잡고 공소시효 끝나

범인 잡아도 처벌 못한다니 “살인죄 공소시효 없애야”

“공소시효? 그따위 것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해.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사람들의 마지막 끈까지도 뺏어가면 어찌 살라고…”

16일 늦은 오후, 15년 전 두 딸을 하늘나라에 먼저 보내야만 했던 A씨(67)는 공소시효 만료로 이제 범인을 잡아도 아무 소용이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딸만 셋인 3공주의 아버지였다는 A씨는 “공주들 어린 시절에 단칸방에서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만 그땐 정말 행복했다”며 “공주들이 재롱을 떨며 재잘재잘대던 모습은 마치 참새가 지저귀던 것 같았고, 공주들의 웃음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였다”고 마치 어제 일인양 말을 이어갔다.

그는 “넉넉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공주 셋을 어렵게 대학에 보내고 올바로 키웠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나에게, 우리 딸들에게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 수 있냐”며 “외로워. 너무 힘들어. 오늘 같은 날 술을 안마시면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A씨는 절규했다.

지난 1998년 4월 16일 오전 9시 첫째 딸(당시 26세)과 둘째 딸(당시 24세)의 배웅을 받으며 수원시 매산동 집을 나서던 A씨는 그 때가 생전 딸들의 마지막 모습일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A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 두 딸은 흉기에 온몸을 난도질당한 채 숨져 있었다. 경찰 부검 결과 A씨가 집을 나선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별다른 단서조차 남기지 않은 살인범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건 발생 1년 뒤 경찰이 A씨 집 근처에서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L씨를 살인사건 용의자로 구속했지만, L씨는 경찰에서 했던 자백을 검찰에서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L씨를 강도상해와 특수강도죄로 기소하고, 살인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1년여에 걸친 추가 수사를 지시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L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후 직장까지 그만두고 최근까지도 수사기관에 범인을 찾아달라는 진정을 냈지만 여전히 범인은 오리무중으로, 살인사건 발생 후 어느덧 15년이 흘러 공소시효까지 만료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주변 인물과 당시 용의자로 조사받았던 L씨 등을 상대로 재조사까지 벌였지만 결국 범인을 찾지 못했고, 공소시효 만료로 진정종결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5년이던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지난 2007년 이후에 일어난 살인죄부터 25년으로 늘려 적용하고 있다”며 “살인죄에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 나라도 있지만, 공소시효를 무조건적으로 없애기에는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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