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②구리문화원 '2013 구리 동구릉문화제'

시민들에 의해 되살아난…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숨결

19만 구리시민은 조선시대 왕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리시에는 조선시대 초대 국왕이었던 태조 이성계 등 임금 아홉 명이 묻힌 국내 최대 규모의 왕릉군, ‘동구릉’이 있기 때문이다. 동구릉은 500여 년 간에 걸쳐 조성되었기에 동구릉의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 500년 역사의 부침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09넌 6월 30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세계문화유산대회에서 동구릉을 포함한 조선왕릉(40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문화유산은 한 시대정신의 결정이요, 역사의 거울이다. 우리에게 지난 일을 알려줄 뿐 아니라 앞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바로 문화유산인 것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의지와 향토의식, 그리고 역사관을 담은 구리 동구릉문화제는 구리시민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사적 193)은 59만여 평의 광대한 숲에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을 비롯해 제5대 문종과 그 비 현덕왕후의 능인 현릉(顯陵), 제14대 선조와 그 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의 능인 목릉(穆陵), 제18대 현종과 명성왕후의 능인 숭릉(崇陵), 제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능인 휘릉(徽陵), 제20대 경종의 비 단의왕후의 능인 혜릉(惠陵), 제21대 영조와 그 계비 정순왕후의 능인 원릉(元陵), 제24대 헌종과 그 비 효현왕후, 계비 효정왕후의 능인 경릉(景陵), 제23대 순조의 원자인 문조와 그 비 신정익왕후의 능인 수릉(綏陵) 등 9개 17위의 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동구릉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자 열리는 것이 바로 구리 동구릉문화제다. 2013년 동구릉문화제는 오는 5월 11일 오전 11시 구리역광장과 동구릉에서 열린다. 동구릉문화제는 형식적이고 관 중심의 보여주기식 여타 문화제와는 궤를 달리한다.

주요 행사로 어가행렬 재현, 줄타기 전통 민속공연, 제23회 구리시민백일장, 전통 성년례 재현 등이 펼쳐진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2013 어가행렬은 300여 명이 참여해 구리역 광장에서부터 동구릉까지 1㎞가 넘는 구간을 행진한다.

올해 특이할만한 사항으로는 ‘격쟁(擊錚)’과 ‘길놀이’가 추가됐다. 격쟁은 조선시대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국왕이 거동하는 때를 포착해 징·꽹과리·북 등을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자신의 사연을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는 행위로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연희단 팔산대의 진도북춤과 판굿으로 어깨가 들썩거리는 감동의 무대를 준비한다.

제23회 구리시민 백일장은 1천200명의 참가자와 함께 동구릉 원릉에서 개최되며 글짓기, 그림, 서예, 사진, 비디오의 5개 분야로 실력을 겨루게 된다. 어가행렬 직후에는 동구릉의 재실에서 영화 ‘왕의 남자’에서 감우성의 대역을 맡았던 줄타기의 명인 권원태씨가 출연, 전통문화의 진수를 보여 준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는 구리문화원 예절교육연구회 주관으로 만 20세가 되는 성년을 대상으로 전통성년례를 재현한다.

동구릉문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00% 시민참여형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동구릉문화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어가행렬 재현의 경우 왕 1명, 세자 1명, 문무백관과 병사 등 280명을 직접 공개모집으로 선발했다. 올해의 경우, 당초 모집 인원 280명을 넘은 400명이 넘게 지원해 행사 관계자들이 선발하는데 애를 먹었을 정도라고 한다.

구리시, 구리문화원 그리고 구리시민들은 동구릉문화제를 통해 세계문화유산 동구릉의 유구한 역사를 조명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동구릉은 그 규모와 형식, 역사성에서 가치가 있어 조선왕릉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15개 지구의 능역 중 세계유산으로 가장 가치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에 걸 맞는 명소를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2012년에만 20여 만 명이 방문했지만 동구릉 주변에는 국제수준의 숙박시설이 없고 동구릉을 중심으로 한 정책적 브랜드 개발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문경 구리문화원장은 “조선왕조의 500년 숨결이 찬란하게 이어져 내려온 동구릉을 모티브로 시민 중심의 문화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최대, 최고의 역사성과 공간을 갖고 있는 동구릉의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