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인기 개그맨들이 일주일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줘 반향을 일으켰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그들이 얻은 것은 친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길을 걷는 포근함, 가까이 두고도 알지 못했던 다양한 볼거리 가득한 거리의 친숙함, 정신없이 지나쳐버린 아쉬운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였다. 길에는 그렇게 ‘숨은 보물’이 가득 묻혀 있다.
길에서 봄의 전령사를 만나다
봄바람은 유혹이다. 꽃내음이 살랑거리면 연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와 아름다운 꽃길을 거닐고 싶다는 소망이 가득 차오른다.
개나리 핀 거리에선 또각또각 구둣소리도 박자를 타면서 노란색의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고 진달래꽃 아래에선 사뿐사뿐 발걸음은 가벼운 기분처럼 분홍색으로 하늘을 물들인다. 봄길은 그래서 설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인천에는 봄의 설렘을 전하는 꽃길이 의외로 많다.
남동구 사리울삼거리에서 작은구월사거리를 잇는 4㎞의 호구포길은 왕벚나무와 개나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벚꽃거리다. 꽃으로도 충분히 예쁘기 때문에 다른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꽃놀이를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연수구 원인재역사거리와 먼우금길사거리까지 이어진 1㎞ 벚꽃길도 매년 주민자치센터에서 ‘연수벚꽃축제’를 열고 있다.
중구문화원에서 화평동 운교사거리를 잇는 0.3㎞ 외전길는 근대 개항장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를 즐길 수 있다.
계양구 계산현대아파트 앞길 0.4㎞ 구간은 지역주민들이 벚꽃축제를 열면서 현대벚꽃길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꽃길을 대하는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느낄 수 있다.
인천에서 특히 봄을 대표하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은 인천대공원, 자유공원, 월미공원, 화도진공원, 수봉공원, 신석체육공원 등이다.
인천대공원 호숫가를 거닐며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자유공원은 인천항 바닷내음과 벚꽃이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봄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연인과 함께 늦은 저녁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태양과 벚꽃잎을 바라보다 인천항의 아름다운 야경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 추천 1순위다.
파랗게 물든 길, 여름을 노래하다
여름이 되면 도심 속 길은 모두 푸르게 물이 들어 버린다. 짧게 끝나버린 봄의 아쉬움도 녹음 속으로 녹아든다. 푸른 길은 상쾌하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마음을 간지럽히고 버즘나무의 넓적한 잎사귀는 뜨거운 햇살의 열기마저 시원하게 날려준다.
문학사거리~외암도사거리 5.8㎞ 경원대로는 문학경기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느티나무 1천900여그루의 짙은 녹음이 인상적이다.
남동공단입구사거리에서 사리골사거리까지 4.51㎞ 남동대로는 느티나무와 버즘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다.
동구 솜림로타리에서 박문여고로 이어진 동산길 0.61㎞는 아름드리 버즘나무가 쭉 뻗어있어 시원한 푸르름을 선사한다. 한국폴리텍Ⅱ대학 남인천캠퍼스와 홈플러스를 잇는 염전길 1.03㎞ 구간은 회색빛 공단지역을 쾌적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메타세콰이어가 푸르게 바꿔놓는다.
단풍이 물든 길, 그리운 가을을 품다
가을이 되면 길에는 푸르른 녹음이 사라지고 울긋불긋 그리움을 닮은 단풍과 열매가 자라난다.
인천에서 손꼽히는 ‘단풍이 아름다운 길’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그리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서부간선로 2.1㎞다.
도두리마을과 하나아파트를 잇는 이 길은 형형색색 물드는 중국단풍의 화려함이 단풍터널을 만들어 도심 속에서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 가을에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다.
석바위 사거리에서 KT인천지사까지 연결된 경인로 0.51㎞ 구간은 은행나무 단풍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을 정취를 한껏 가슴에 담을 수 있다.
함박뫼길 신역수역사거리~함박뫼사거리 1.2㎞는 은행나무를 따라 정자와 조형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남동구 구월중학교~중앙공원 정각로 0.53㎞는 울창한 은행나무와 자전거전용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열매가 풍성한 길’은 감나무가 정겨운 구월남길, 문화서길, 평천길, 가재울길 등 4개노선 2.56㎞이다. 평천길은 인천나비공원으로 이어지는 1.3㎞ 길이다. 인천에서 가장 큰 감나무 가로수와 붉은 감, 단풍까지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다.
길 위에서 나를 찾는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수도권지역 조깅·산책코스 베스트에 이름을 올린 월미산 외곽길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나지막한 산 정상까지 올라 인천항을 내려다보면 갑문과 주변 섬들이 한눈에 보인다. 탁 트인 시원한 바다는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강화군 호국돈대길은 역사와 만나는 길이다. 15.4㎞에 이르는 거리에는 역사적 사료가 남아 있어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 때는 개벗이 드러나 경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계양산 산림욕장 산책로와 소래길 자전거도로도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고 있다.
글 _ 김미경 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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