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2. 구인난 속 구직난
적응 못하고 그만두는 일 허다 ‘희망 연봉’도 큰 차이
들어간 교육비ㆍ부모 기대… 취업준비생 “대기업 포기 못해”
학력 인플레에 따라 높아진 눈높이가 ‘구인난 속 구직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구직자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한정된 직군으로 몰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과 이에 따른 대졸자들이 중소기업, 3D업종을 기피하면서 일자리의 ‘풍요 속 빈곤’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 ‘고학력 백수시대’, 학력 인플레가 원인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1.3%로 OECD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우수 전문 산업인력 양성 목적의 특성화고 졸업생들도 절반 가량은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1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특성화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은 지난 2009년 73.7%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2010년 70.3%, 2011년 62.2%, 지난해 53.3%를 나타냈다. 지난 2011년부터 고졸 채용 등이 활발해지면서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대학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대졸 수준의 눈높이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중소기업에서 제시하는 직무와 연봉 등에 불만을 느끼는 ‘미스매치’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화성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43)는 “누구나 현장에 오면 단순 기능직부터 시작해 4~5년 후 경력이 쌓이는 건데,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일자리만 찾고 있어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인력과 구직자 간 수요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문대졸뿐 아니라 고졸 학생들도 자신의 원한 직무 성격과 맞지 않아 일에 적응을 못하고 대부분 3개월 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자리 미스매치는 수치에서도 증명된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 창출의 난제’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지역 중소기업의 학력별 채용희망 인원은 고졸 59%, 2~3년제와 4년제 대졸은 각각 20.1%, 21%로 고졸 인력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에서도 엇박자는 이어졌다. 4년제 대졸자의 경우 청년 구직자는 평균 3천299만원(중소기업 2천184만원), 고졸자 청년 구직자는 평균 2천811만원(중소기업 1천875만원)을 희망해 역시 큰 차이를 나타냈다.
■ 청년의 인식전환과 함께 장기대책 마련돼야
청년층은 사회가 만들어낸 학력ㆍ스펙 인플레를 청년 스스로 걷어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박모씨(25ㆍ여)는 “그동안 기업과 사회에서 원하는 스펙에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이제와서 청년취업난이라며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교육 비용, 부모님들의 기대 등을 생각하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쪽으로 취업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20~30대 취업준비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10명 중 2명만 중소기업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것에 대해 자신보다 부모의 반대가 심하다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구인난 속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전환과 도전 정신 함양과 함께 사회인식의 변화, 정부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도 뒤따라야한다고 주문했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대기업 풍토의 사회구조에서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일자리부족을 청년들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기에는 무책임하다”며 “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 사다리 활성화, 청년층의 특성에 맞춘 세분화 된 다양한 일자리 정책, ‘중소기업=열등’ 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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