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밥그릇 탐내던 ‘꼼수 대기업’ 무더기 적발

계열사 형태인 ‘위장 중기’ 앞세워 공공조달시장 질서 교란
적발 36곳 중 30곳 ‘레미콘업체’… 중기청, 영구퇴출 조치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입찰에 중소기업을 가장해 납품을 해오던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대기업은 자신들의 계열사 형태인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우회 입찰하는 수법으로 지난해에만 708억원의 납품실적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 참여자격을 가진 중소기업 2만7천77곳 가운데 실제 중소기업 여부를 조사한 결과, 36개사가 대기업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위장 중소기업이었다고 27일 밝혔다. 경기지역에서는 모두 6곳의 위장중소기업이 적발됐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 36곳 가운데 무려 30개(83%)가 모두 레미콘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레미콘이 7개의 위장 중소기업을 거느려 가장 많았고 이어 성신양회 6곳, 동양그룹과 유진그룹 각각 5곳, 삼표그룹 4곳 등이다.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는 방법에는 갖가지 꼼수가 동원됐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 등을 보유해야 하지만 위장 중소기업은 주로 대기업의 공장과 시설을 임차하는 방법(32건)으로 이 규정을 피해갔다.

대기업인 쌍용레미콘은 이 회사 임원 출신에게 충남 논산에 자체 생산능력이 없는 중소 레미콘사를 설립케 한 뒤, 쌍용레미콘의 공장·토지·시설 등을 임대했다.

판로지원법 시행령은 대기업이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여하는 중소기업을 대기업과 지배 또는 종속 관계에 있는 기업으로 규정,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레미콘은 이 같은 수법으로 평택시와 세종시 등 전국에 위장 중소기업 7곳을 설립, 지난해 공공 조달시장에 71억원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구업체 리바트는 지난해 대기업으로 분류됐으나, 중소기업 조달시장에 계속 참여할 목적으로 지난 2011년 5월 (주)쏘피체를 종업원 지주회사로 설립, 지난해 가구 공공 조달시장에서 4위 규모에 해당하는 금액인 191억원을 납품했다.

중기청은 위장 중소기업으로 확인된 이들 36개사의 명단을 공공구매 종합정보망을 통해 공개하는 한편, 향후 공공 조달시장의 입찰 참여를 전면 금지시키기로 했다. 또한 오는 9월부터 위장 중소기업 확인 과정에서 중소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중기청의 보고 요청을 거부할 경우, 기간에 따라 30만~150만원, 허위 보고 시 300만원, 검사 거부나 방해, 기피시 위반 횟수에 따라 각각 100만원에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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