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는 왜 눈물을 흘리며 떠나야했는가?

자고 일어나면 ‘폐업’ 우리동네 슈퍼가 사라지고 있다

도내, 대형마트·SSM ‘가격공세’ 2006년 이후 5년, 3천곳 문닫아

한때 이웃사촌 ‘소란한 사랑방’  “하루꼬박 일해 수입 5만원” 씁쓸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서 11년째 소형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62)는 지난 29일 매출을 확인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날까지 6월 하루 평균 수입은 5만원 선으로 아내와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꼬박 15시간씩을 가게서 보내며 번 돈이라고 생각하니 속이 상한다.

60㎡규모의 동네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최씨의 가게 주변에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9개의 동네슈퍼가 있었지만 지금은 소형슈퍼와 대형슈퍼 1곳만 자리하고 있다. 6곳의 동네슈퍼는 대형마트 등에 밀려 폐업을 하거나 편의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최씨는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가게 앞에 모여 막걸리도 한 잔씩 하며 쉬어갔는데, 요즘엔 동네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뜨내기 손님들이나 담배사는 손님들이 전부”라며 “그만두고 싶지만, 마땅히 할 것도 없어 그나마 사람보는 재미로 한다”고 씁쓸해 했다.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시름을 풀어내기도 했던 동네슈퍼가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가격 경쟁에 밀려 이제는 동네슈퍼라 불리는 소형슈퍼마저 대형화되는 추세이거나 편의점 등으로 바뀌고 있다. 30일 통계청의 산업분류 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동네슈퍼라 불리는 사업장은 165㎡이하의 기타음식료품위주 종합소매업으로 분류된다.

경기지역의 기타음식료품위주 종합소매업 수는 지난 2006년 1만6천960곳에서 2011년 1만3천958곳으로 5년만에 3천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165~3천㎡이하의 규모가 큰 슈퍼마켓은 같은 기간 1천99곳에서 1천155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체인화 편의점은 1천990곳에서 4천911곳으로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처럼 동네슈퍼가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는 이유로는 대형마트와 SSM, 동네슈퍼의 중대형화가 이어지는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슈퍼 등은 납품물량이 많고 제조업체나 생산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해 납품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동네 소형 슈퍼들은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특히 정부에서 소상공인 살리기 정책으로 나들가게 육성, 공동물류센터 등 슈퍼마켓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동네 소형슈퍼 사업자은 대부분 고령인데다 규모도 작아 참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소형슈퍼에는 이들에게 납품하는 무수히 많은 영세 거래처들이 있어 소형슈퍼가 무너지면 이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는다”며 “그동안 시장과 비교적 큰 규모의 슈퍼마켓에 집중됐던 소상공인 지원책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