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풍년 기대했는데 냉해로 수확할 것도 없어”
이천 장호원 과수 농가 나무 70%가량 말라 죽어 지원범위 확대 등 보상 시급
1일 오후 3시 이천시 장호원읍 진암4리의 한 복숭아 재배 농가. 40년째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덕훈씨(64)는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속에서도 6년생인 복숭아 나무에서 말라 쪼그라진 열매를 손으로 만지며 쉴새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이맘 때 쯤이면 복숭아를 수확하기 위해 소독작업 등 열매 거둘 준비로 바쁠때지만, 올해는 냉해로 복숭아 나무의 70%가량이 다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만3천200㎡ 규모로 복숭아 300여주를 재배하는 김씨의 농장은 성한 복숭아 나무를 찾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보였다. 곳곳에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괴사한 복숭아 나무들이 눈에 띄었고, 멀쩡해 보이는 나무에 손을 갖다대기만 해도 가지가 으깨지듯 부러졌다.
동그랗게 봉지에 싸여있어야 할 복숭아들은 수분이 말라 쪼글쪼글해진 상태로 씨앗처럼 매달려 있었다.
김씨는 “이번처럼 냉해피해가 심했던 적은 없었다”며 “올해 초 수확을 예상할 때 2천만원가량 판매액을 기대했는데, 딸 것도 거의 없어 200만원어치나 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올해 초 이상한파로 복숭아 나무가 냉해를 입으면서 경기지역 복숭아 재배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봄까지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가 이어진데다 4월 초 꽃이 지기 전에는 눈까지 내려 상당수의 복숭아 나무가 냉해를 입었다. 경기지역에서는 총 1천80ha 규모의 복숭아 재배면적 중 308ha가 냉해로 괴사했고, 이천 장호원읍에서만 복숭아 나무 546ha 중 146.2ha, 422농가가 복숭아 나무가 말라죽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위한 정부의 지원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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