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경기21실천협의회의 생물다양성위원으로 활동하는 전선희씨는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평화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서부 DMZ 민통선 지역의 생태계와 생물종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서부 DMZ는 철원으로부터 서쪽 방향을 가리킨다. 험준한 동부 산악지대와 달리 구릉지 같은 산과 평지가 많고 다양한 형태의 습지가 발달해 있어, 청소년의 현장체험학습 장소로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나온 책 ‘비밀의 숲 DMZ가 궁금하니?’(자연과생태 刊)는 전선희씨가 바로 이곳에서 보낸 시간과 기록을 한데 엮은 것이다.
일명 ‘민들레 선생님’으로 DMZ 생태안내 활동을 해 온 저자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경계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철책을 넘나드는 새들을 비롯해 오랜 시간 이 땅을 지켜온 들꽃과 나무를 살폈다.
대표적인 새 50여 종을 골라 실었는데 새의 생김새와 생태적 특징, 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관심을 끌만하다.
그 중 하나가 ‘파랑새’다.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파랑새’의 주인공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찾아다니던 그 새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DMZ에 말이다.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나무 구멍이나 까치 둥지에서 번식하는데 남방한계선 근처 큰 나무가 자라는 숲 가장자리에서 여름 내내 “케케켓, 켓켓”하고 운다고 한다.
60여 종 꽃의 생김새와 특징 외에도 꽃말, 꽃 이름의 유래 등을 함께 담았다.
낯선 꽃도 꽤 등장하는데, 엽록소 없이도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굳센 꽃 ‘천마’가 그러하다. 무더운 여름에 만날 수 있는 천마는 새끼손가락만한 굵기의 붉은 황갈색 말간 줄기가 1m 이상 곧게 서있고 같은 빛깔로 찌그러진 항아리 모양의 꽃이 꽃대도 없이 줄기 끝에 촘촘히 붙어 있는 모습이다. 난초과에 속하는데 마비증상이나 중풍을 고치는 한약재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캐간 탓에 점차 보기 어려워지고, DMZ의 무성한 숲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 한 권을 읽은 후 파랑새와 천마 등을 직접 보러 가족 여행을 떠나도 좋을 듯 싶다.
이와 관련 저자는 “모든 생명의 이름이 다음 세대에도 잊히지 않고 계속 불릴 수 있기를 바라며 DMZ의 생태환경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해 줄 마중물이라는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값 1만4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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