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경매 유예’ 하우스푸어 살리기 표류

정부가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으로 채권금융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담보물 중개지원제도’, 이른바 경매유예제가 당국의 활성화 노력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유예제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침체로 집을 팔아도 주택담보대출금 등을 상환하지 못하는 ‘깡통주택’에 대해 3개월간(프리워크아웃 신청 시 6개월) 경매를 유예해 이 기간 채무자가 사적매매를 통해 경매보다 유리하게 담보물을 팔수 있게 한 제도다.

정부는 이 같은 경매유예제가 채무자의 자발적인 채무경감 노력과 함께 제도 정착 시 하우스푸어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지난해 9월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제도 활성화를 꾀했다. 이에 참여금융사가 확대 전 2천200여 곳에서 7월말 현재 3천587곳으로 무려 1천300여 곳 증가했다. 하지만 양적으로만 팽창했을 뿐 제대로 된 홍보도 이뤄지지 않는데다 채무자나 매도자에 대한 지원책 등 내용상 개선이 없어 이용률은 물론 매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깡통주택 3개월내 사적경매 기회

7개월간 경기지역서 고작 194건

정부 대책 활성화에도 실적 미미

연체이자 등 한계…실질 혜택없어

채무ㆍ매도자 유인할 개선책 시급

실제 31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31일까지 7개월 간 경기지역에서 경매유예제를 통해 경매가 진행된 물건은 194건에 그쳤다. 이는 도내 법원 경매물건 2천888건의 6.7%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매각 완료 물건은 고작 3건에 불과해 사실상 이용도 매각도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수원 인계동의 W중개업체 서모씨(50)는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경매유예제를 내놨지만 이를 인지하는 채무자가 없다”며 “올해 단 한 건의 경매유예 등록대행은 물론 문의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채무자와 매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제도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경매의 경우 채무자 소유 주택 매각권이 은행으로 넘어간 탓에 별도의 연체이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경매유예를 통한 사적경매는 특성상 연체이자가 발생한다.

게다가 매도자도 평균 낙찰가 시세 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는 매도 가격에 맞춰 구입할 이유가 낮다는 점도 한몫한다. 또 중개수수료가 없어 이를 취급하는 경매업체나 대행 부동산업체 역시 공을 들이지 않는 것도 제한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내놓은 대책인 만큼 연체이자나 취득세 감면, 중개수수료 지원 등 내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세제상의 혜택과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매 역시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받는 만큼 무엇보다 시장의 전반적인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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