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는 학교’ …활짝 웃는 아이들 얼굴엔 미래의 꿈이 자란다
지역개발사업은 학교를 신축하거나 증축해 교육시설을 확충하고 책걸상 및 교과서 등 교육자료를 지원해주는 교육사업부터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물을 공급해 수인성 질병 등을 막아주는 식수환경 개선, 보건소 건립과 의약품 및 보건용품 지원 등의 의료환경 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주민들 스스로 능력을 강화해 지역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증대사업도 펼치는데 이러한 사업은 보통 10년 내지 15년 계획으로 진행된다.
지역개발사업은 아동이 살고있는 마을과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잘 살도록 돕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아동ㆍ가족ㆍ주민이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라 할 수 있다.
한국 월드비전의 판테아크와 사업은 2007년 시작해 2022년까지 15년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다양한 사업중 특히 비중을 두고있는 분야가 교육사업이다.
가나의 학교 건물은 50% 이상이 흙벽 또는 나무기둥으로 지어졌으며 일부 학교는 숲속에 나무와 칠판을 놓고 수업을 한다. 초등학교 등록률은 70% 이상으로 아프리카 국가 중 높은 편이다. 그러나 중ㆍ고등학교는 시설 부족으로 고학년으로 등급하는 학생들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교사 숙소 부족으로 타 지역에서 먼거리를 통근해야 하는 교사들이 도시에 있는 학교 근무를 선호하면서 이 지역 아동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월드비전은 판테아크와 지역에 14개의 학교를 새로 지었다. 아동결연을 통한 후원금으로 지어진 학교도 있고, 개인 후원으로 지어진 학교도 있고,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코이카(KOICAㆍ한국국제협력단)에서 지은 학교도 여럿 있다.
아헨콰시시초등학교는 한국 월드비전이 결연아동의 정기후원금으로 2012년에 지은 학교다. 동네에서 좀 떨어진 산속에 위치한 학교는 숲길을 제법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숲속 공터에 달랑 소박한 건물 한동이다. 그래도 이 마을 학생들은 학교가 생겨 너무 좋아라한다. 한국이란 나라에, 월드비전에 고마워한다.
방학이라 학교에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학교 옆 나무그늘 아래서 수다를 떨다 만난 6학년생 테테 베로니카는 “예전 학교에선 수업 중에 뱀이 들어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비가 들이쳐 공부하다가 책이 모두 젖곤 했다”면서 “지금은 뱀이나 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교실이 생겨 너무 좋다”고 얘기했다.
숲속의 옛 학교는 나무 기둥 몇개에 바나나 잎을 얼기설기 엮어 얹어 놓거나, 큰 나무그늘 아래 맨땅에 앉아 수업을 하곤했다. 그러다보니 뱀이며 벌레들이 공격하기 일쑤였고, 비오는 날이면 모두 젖어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라고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에 한국 월드비전이 각 학년별 교실 6개와 교무실이 있는 학교를 지었다. 그리고 책상과 의자, 칠판도 마련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이 학교엔 현재 210명의 학생과 11명의 교사가 다니고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화장실이 없어서 학생부터 교사까지 모두 주변 숲속에서 볼 일을 본다.
학교 주변은 온통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어 위험하다. 학교엔 도서관도 없고 먹거나 씻을 물도 없고 교육기자재도 전혀 없다. 월드비전도 당장 필요한 학교 건물을 짓긴 했지만 다른 부대시설이 없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판테아크와 중심가에서 길 아닌 길을 덜커덩 거리며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보쏨췌는 사람의 통행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오지중의 오지다.
여기에 한국인 부부의 후원으로 지어진 초등학교가 멋진 모습으로 들어서있다. 디자인도 근사하고 옐로우톤의 벽채도 아름다워 눈에 확 들어온다. 가까이에 흙벽으로 만든 옛 초등학교 모습이 일부 무너져 내린채 남아있어 비교가 된다.
보쏨췌초등학교는 1972년에 설립됐다. 당시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평범한 주민으로 살던 조셉 코피씨(현 교장)가 아이들이 마땅히 공부할 곳이 없어 안타까워 하다가 주민들과 함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와 흙을 이용해 학교를 세웠다.
이후 학교가 지역주민과 이웃마을에 알려지면서 점점 많은 학생들이 모여 들어 학교를 새로 건축할 즈음인 2009년엔 교사 9명에 2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게 되었다. 2010년 11월에 완공된 이 학교는 현재 250여명이 다니고 있다.
새 학교는 6개의 교실과 도서실, 교무실, 창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녀 화장실도 있고, 물을 쓸 수 있도록 빗물 집하장치도 마련돼 있다. 가나에서 이런 학교는 찾기 힘들 정도로 모든게 제대로 갖춰졌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 건물이 들어서고 나서 마을 자체가 밝아졌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새 학교가 생기자 아이들의 지각과 결석, 교사들의 결근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학교는 마을의 자랑거리다.
이 학교를 짓는데는 6억여원이 들었다. 워낙 오지라서 자재를 실어나르는 것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최모씨 부부의 아름다운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씨는 전직 교사로 2003년부터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어 아이들을 후원해오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도 4개동의 학교를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을 운영한다는 최씨 부부는 자신들의 이름이 드러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냥 숨은 후원자가 되고싶어 했다.
학교 한켠에는 옛날 초등학교 일부가 한쪽 흙벽이 무너진채 남아있다. 흙으로 만든 또 1개의 교실은 아직도 유치원생들이 쓰고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다니지만 이들은 마땅히 갈 중학교가 없다. 다른 마을에 있는 중학교에 가려면 걸어서 2시간은 가야한다. 그래서 중학교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을 주민과 학생들은 중학교를 지어줄 또 다른 천사를 기다리고 있다.
코이카(KOICA)는 정부지원의 학교건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나에만 22개의 학교를 지었는데 그중 11개가 판테아크와 지역에 소재해 있다. 코이카 학교사업은 모두 월드비전이 대행하고 있다.
코이카는 기초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열악한 지역에 22개 학교를 건립하는 것 외에도 18개 학교에 책걸상과 교무실 가구, 도서관 가구 등을 지원했다. 교사역량 강화를 위해 600여명의 비(非)정교사를 훈련시켜 정교사로 양성시키고, 판테아크와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신규교수법을 전파했다. 낙후지역의 학교를 대상으로 서적, 스포츠용품, 컴퓨터 등 다양한 학습교보재를 지원하는 일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교육환경이 크게 개선됐으며, 유치원 및 초ㆍ중등학교의 등록학생수도 증가했다. 신축된 학교로 인해 학부모들의 태도가 바뀌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데 더 적극적이 된 것이다.
나마(Naama) 마을에 소재한 코이카 유치원도 학교 신축후 학생들이 예전보다 늘었다. 현재 유치원엔 4~5세 어린이 100여명이 다니고 있다. 2010년 완공된 유치원은 교실 2개와 교무실, 부엌, 화장실에다 빗물탱크까지 마련돼 있는 등 시설이 좋은 편이다.
유치원을 찾아간 날, 사뮤엘 교장은 방학임에도 아이들을 불러 일행을 환영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노래도 부르고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 아이들이 가나의 앞날을 끌고나갈 미래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귀하게 여겨졌다.
가나 판테아크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사진= 추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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