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따뜻한 미래]수원 정자동 ‘서로 좋은 가게’

취약계층이 만든 착한 상품, 꿈꾸는 이웃들의 희망을 팝니다

“여러분에게 ‘나눔’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눔이란 나에게 남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남과 함께 채워가는 것이라 말하는 가게가 있다.

우리 동네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판매하는 가게, 생산자ㆍ판매자ㆍ소비자가 모두 좋은 가게를 꿈꾸는 가게가 있다.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취약 계층 생산품과 친환경 우리 먹을거리이고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다시 취약계층 일자리 확보와 생산품 양질화를 꾀하는 가게가 있다. ‘정직하게 만들고, 올바르게 나누고, 착하게 소비하는 가게’란 신조로 운영 중인 예비사회적 기업 ‘서로 좋은 가게’를 찾았다.

▲ 취약계층이 만든 물건 판매하는 ‘서로 좋은 가게’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있는 ‘서로 좋은 가게’ 직영점은 마치 옛날의 구멍가게를 떠올리게 했다. 30㎡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세제, 티슈 등 생활용품에서 복숭아, 수박 등 과일까지 없는 물품이 없었다.

오전부터 휴가철을 맞아 장을 보러온 주민들로 북적였고,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무엇을 사갈까 살펴보고 있었다.

가게 밖에는 수박, 복숭아 등 과일과 다가오는 말복을 맞아 삼계탕을 15~20% 정도 할인한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일반 보통의 마트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다른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가게 곳곳에서 ‘착한 소비’에 대한 안내와 ‘취약 계층’이라는 말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판매되고 있는 상품을 살펴보니 흔히들 알고 있는 대기업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 진열된 상품은 모두 지역자활센터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시니어 클럽 등 어르신들, 사회적 기업ㆍ협동조합 등 ‘취약계층’과 사회적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손수 제작한 상품과 친환경ㆍ공정무역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 ‘짜로사랑’이 만든 두부, 자활센터에서 만든 우리 밀 빵, 보금자리 쉼터에서 만든 물비누 등에 대해 제품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정현옥씨(47ㆍ여)는 “처음에는 취약계층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팔고 있다고 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매장을 찾았다”면서 “이곳의 상품을 이용하다 보니 품질이 좋고 만든 사람의 진정성이 느껴져 그 뒤로는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지난 2010년, 지역자활센터에서 자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근로 사업을 통해 앞치마, 청소도구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지만, 워낙 소규모로 제작돼 마땅히 팔 방법이 없자 경기광역자활센터 소속 세 명의 직원이 “그럼 우리가 직접 팔아보자”며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시작된 서로 좋은 가게.

지난 2011년 8월 시흥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로 주민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현재는 경기도뿐 아니라 제주도에도 지점이 생기는 등 전국에 가맹점 11개, 취급점 10개, 직영점 2개를 운영하는 규모로 점점 성장 중이다.

▲ 마을의 사랑방 ‘서로 좋은 가게’

서로 좋은 가게는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가 모두 좋은 가게란 의미로 이름 지었다. 단순히 취약계층이 제작한 물품을 판매하여 일자리를 만들 뿐만 아니라,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와 소비자도 즐거운 가게를 표방한 것이다.

특히 도심 지역이 아니라 주로 주택가 등에 위치한 작은 매장이다 보니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과 판매원이 서로 대화도 하고, 마을 정보도 공유하는 하나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어떤 물건이 좋은지 설명도 해주고, 직접 물건을 써본 소감을 또 다른 주민에게 전달하는 등 인터넷의 커뮤니티와 같이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서로 좋은 가게에서 일한 지 4개월이 되었다는 판매원 제갈향씨(36ㆍ여)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모두 인근에 살고 있는 이웃사촌이다 보니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며 “6살, 3살 된 아이들이 있는데 손님들이 아이들 안부도 물어준다”고 말했다.

▲ 상품이 아닌, 가치를 판매합니다.

서로 좋은 가게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착한 소비’. 어려운 이웃들이 정직한 상품을 만들면 서로 좋은 가게에서 이를 판매, 소비자들은 착한 상품을 사고 이를 통해 나오는 수익금은 다시 어려운 이웃들의 일자리와 좋은 상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 ‘엠마우스일터’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들이 국내산 농산물 100%로 만드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서로 좋은 가게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이 수익금은 다시 근로장애인들의 생활 자립금으로 사용되는 등 소비자는 질 좋은 상품을 사면서 장애인들의 자립까지 돕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로 좋은 가게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지역의 취약 계층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로 좋은 가게 3호점 성남만남점에서 상시 열고 있는 ‘서로 좋은 전시회’.

성남지역에서 수공예품을 만드는 단체들에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공간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고, 수익금 전부는 학생들 장학금으로 기증하고 있다. 어려운 지역 단체에 공간을 제공하여 홍보 기회도 주고, 매장에는 구경거리가 생겨 소비자도 좋고,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대형 유통 마트와 프렌차이즈 매장의 틈바구니 속에서 ‘구멍가게’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가치’를 판매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웃의 희망, 몸은 불편하지만 내일을 꿈꾸는 이웃의 희망을 판매하는 서로 좋은 가게에서 오늘 하루, 나눔을 쇼핑하는 것은 어떨까

 


<인터뷰> 김근정 ‘서로 좋은 가게’ 운영실장 "생산자ㆍ소비자ㆍ판매자가 서로 좋아야 … 취약계층 일자리 계속 늘릴 것"

생산자, 소비자, 판매자가 모두 좋은 가게를 만들고자 오늘도 동분서주하는 김근정 운영실장. 착한 소비는 좋은 가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김 실장은 “진정한 의미의 착한 소비를 모두가 한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 서로 좋은 가게의 시작이 궁금하다.

경기도에 32개의 지역자활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자립을 목적으로 자활 근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만든 물건들을 팔 방법이 도저히 없었다. 경기광역자활센터에서 근무하는 중에 그렇다면 아예 우리가 직접 물건을 팔아보자는 생각에 지난 2010년 7월 사업설명회를 개최, 2011년 8월 30일에 가맹점 1호인 시흥점을 열고 같은 해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공헌기업 설립 지원을 확정받으면서 현재는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 서로 좋은 가게에서 말하는 서로 좋은 소비란 무엇인가.

서로 좋은 가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이 만들어낸 상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을거리와 쓸거리를 살 수 있다. 더구나 우리 가게 하나가 만들어지면 8명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서로 좋은 소비는 단순히 값이 싼 물건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오지 않는다. 만드는 생산자도 좋고, 이를 사는 소비자도 좋고, 판매자까지 기분 좋은 ‘가치’를 소비해야 나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 서로 좋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여러 굴곡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단시간 내에 전국으로 매장이 확대되다 보니 노하우가 적어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었어야 하는데 수도권 물류만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iCOOP생협사업연합회와 물류 연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 가게는 연대와 조력이 필수다. 일반 기업은 자본을 통해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수 있지만, 이곳은 자활 물품과 친환경 농산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우리만 잘해서 될 일이 하나도 없다. 서로 좋은 가게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 앞으로의 운영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현재 주식회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협동조합으로 바꿀 예정이다. 협동조합이 되면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회사란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매출을 늘릴 방안을 강구 중이다. 현재 연매출이 14억 정도인데, 취약계층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경기 지역에서 시작해서 전국 사업으로 발전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계속하여 착한 소비를 널리 알리는 서로 좋은 가게가 되도록 하겠다.

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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