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한 편혜영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는 인간의 내밀한 고독을 보여준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
각 단편은 사회의 부조리와 현대인의 일반적 불안 및 고독을 이야기했던 2011년 소설집 ‘저녁의 구애’(2011)와 겹쳐 보인다.
재산을 모두 축낸 아들 탓에 철거를 앞둔 아파트에서 삶을 연명하는 노년의 여인(야행), 오점 없는 삶을 파괴할 비밀을 안고 사는 중년남(밤의 마침), 말년을 함께하자며 찾아온 여동생을 요양원에 보내면서까지 일상을 지키려는 노인(비밀의 호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이혼남(개들의 예감) 등 여덟 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고독을 품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들 모두 자신만의 비밀이 있다는 것.
이번 소설집에서 줄곧 인간의 어둠에 주목했던 작가는 그 너머 은밀히 찾아오는 희망 한 줄기를 심었다.
‘해물 1킬로그램’과 ‘가장 처음의 일’, 두 작품 속 생을 비관하던 주인공들은 어둠 밖으로 한 발 내딛는다.
예로 해물 1킬로그램의 엠은 실종된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이후 형벌같은 삶을 사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과 함께할 식사를 위해 신중하게 해물을 산다.
이와 관련 조연정 평론가는 “일상의 삶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파국의 조짐을 묘사하며 불안을 축조해내던 편혜영의 소설은 이제, 파국의 끝장에 다다른 죽음과도 같은 허무의 공간을 그리며 그 안에서 거꾸로 삶의 기미들을 찾으려(한다)”고 평했다. 값 1만2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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