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문화이용권 현장을 가다]2.모아재와 함께하는 수원 구석구석 보물찾기

숨어있는 명소 찾아 눈높이체험… “수원사랑 더 깊어져요”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도내 각 지역 소외계층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사업부문을 강화했다. 수혜자를 문화예술 현장으로 모셔오는 ‘낮달(문화소풍)’, 재가방문 문화향유 프로젝트인 ‘가가호호’, 도내 대안예술공간과 작가 협업 예술 프로그램으로 꾸린 ‘활생(문화공명)’ 등이다.

이는 문화이용권(구 문화바우처) 사업 주관처가 경기문화재단 즉,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관됨으로써 지역 특성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호평 받았다. 그리고 2013년,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획사업 주관단체의 다양화를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그 효과를 확인해 봤다.

“저, 수원에서 태어났는데 여긴 처음 와요! 와~

지난 8일 오전 10시, 고즈넉한 수원 향교가 일순간 시끌벅적해졌다. 조원동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 20여 명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공립중등교육기관인 수원 향교는 1789년 조선 정조 때 수원성곽을 축성하면서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화산 앞에서 지금의 수원 교통 43번지로 이전했다. 현재 공자와 맹자를 비롯한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인까지 총 25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유교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한 논어, 대학, 중용 등 유교 경전부터 한문, 서예, 한글, 청소년 인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의미있는 공간임에도 수원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조차 ‘처음 왔다’며 쉴새없이 조잘거리던 입을 멈추고 제법 의젓하게 설명을 듣는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이용권 기획사업 ‘수원 구석구석 보물찾기’의 첫 단추가 잘 끼어졌음을 예감케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를 주축으로 구성된 체험학습기획운영단체인 ‘모아재’(이사장 김봉수)가 경기도의 문화이용권 사업을 주관하는 경기문화재단 교육나눔팀을 통해 참여를 제안받으면서 기획한 것이다.

모아재는 주5일 수업제 시범실시에 앞서 2002년 수원의 초등학교 교사 50여 명이 만든 단체다. 토요일이면 갈 곳 없는 소외된 아이들을 걱정하며 뜻을 모았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다는 판단에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섰다. 호랑이나 산적때문에 모두 모여 함께 넘던 고개를 뜻하는 단체명처럼 교사들이 재능과 시간을 기부한 것이다.

창립 당시 저렴한 가격에 활용 가치가 높은 박물관에서 놀토를 보낼 수 있도록 ‘박물관에서 놀자’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경기도교육청 25개 박물관에 대한 교사용 지도자료 제작,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책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1, 2’ 발간, 경기도교육청의 체험활동 사이트 ‘에듀모두’에 개발 프로그램 40여 종 업데이트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수원에서 시작한 모아재는 현재 전국 8개 지역에 연구모임이 있으며, 회원은 교사와 학부모까지 1천여 명을 넘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모아재는 주 5일 수업제 전면 실시에 급격하게 늘어난 각종 문화예술교육과 문화이용권 사업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다. 문화예술이라는 타이틀이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는 개인(팀)을 예술가나 관련 공간 운영자 등으로 한정짓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김봉수 이사장은 “모아재는 역사, 과학, 국어 등 여러 교과 교사가 함께 하는데 문화예술강사지원사업이라든지 기존의 문화예술교육사업 대부분에서 교사들의 전공 부문이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진행된 수원 구석구석 보물찾기는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는 시작이라 할 만 하다. 문화재단 문화나눔팀은 모아재를 문화이용권 기획사업의 새로운 부문을 개척할 수 있는 파트너로 삼으면서 문화이용권 사업의 다양화를 꾀했다.

이렇게 탄생한 수원 구석구석 보물찾기는 참여 초등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수원향교에서 유교를 시작으로 재래시장인 지동시장에서 상업을, 행궁동 벽화마을에서 미술을, 수원화성홍보관에서는 냅킨을 이용한 문패만들기를 통해 공예를, 수원박물관에서는 향토사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홉살 여동생과 함께 참여한 양선양(13)은 “수원 향교랑 지동시장이랑 벽화마을까지 모두 처음으로 갔는데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며 “일기를 쓸 수 있는 한지책과 방문에 걸 문패도 들고,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와 관련 박현주 조원동 지역아동센터 교사는 “학교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을 인솔하다보니 맞춤형 눈높이 설명이 이뤄져 더 효과적인 것 같다”며 “특히 수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임에도 처음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숨어있는 명소를 알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아이들을 인솔한 모아재의 최재혁 교사(남수원초)는 “기존의 문화예술교육이 대부분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을 중심으로 기획돼 수원의 숨겨진 명소에 접근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며 “지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발굴 활용하는 한편 참가 어린이들이 애향심과 자부심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인에서 교사로의 문화이용권 기획자 변화는 생활문화유산으로 프로그램 내용이 다양해지고 참여학생들에게도 색다른 가치를 안기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문화재단이 기획사업 주관단체의 다양화를 시도한 프로그램에 주목하는 이유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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