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 떠가는 배. 비바람은 선실로 파고들어 휜 몰골을 회초리처럼 친다. 해운대 해변, 그 많던 인파는 어디가고 텅 비었다. 여름도 벌써 파도처럼, 그 옛날 사라진 청춘처럼 밀려 간 걸까?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를 지나자 광안대교가 세찬 빗줄기 속에 등장했다. 잊힌 꿈같은 희미한 풍경이다. 노도 같은 폭풍우를 받아들이며 광안리 앞바다를 지난다. 이윽고 당겨오는 오륙도. 이 기회를 비집고 조용필의 노래는 갑판위에 구성지게 올랐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나는 문득 이정표 없는 파도처럼 나의 끈을 놓고 어디론가 떠가고 있었다. -흐르는 물처럼/네게로 가리./물에 풀리는 알콜처럼/ 알콜에 엉기는 니코틴처럼/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 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 최승자 ‘네게로’ 꽃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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