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흔 살이 된 ‘선인체육관’이 인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선인체육관은 지난 1973년 9월 처음 문을 열었다. 대지 1만 9천여㎡, 건물 8천500㎡ 규모로 1만 5천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체육관이다.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매머드급 체육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선인체육관은 별명이 많다. 큰 규모에 걸맞게 ‘맘모스 체육관’이라는 별칭도 있고, 인근지역 초등학생들은 ‘마징가Z 체육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원형 돔 양쪽으로 삐죽 솟아오른 14층 건물이 유명 만화영화 마징가Z 로봇의 머리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선인체육관은 빅매치의 무대가 되는 일이 많았다. 1976년 10월 홍수환 선수가 세계타이틀매치 12회에서 안타까운 KO패를 당한 것이나, 1987년 4월 장정구 선수가 WBC챔피언 타이틀 12차 방어전에서 6회 KO승으로 이긴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1977년 3월 25일 새마음 갖기 시민궐기대회 및 구국여성봉사단 경기도 시·군지부 협동결단대회, 1978년 9월 11일 경기도 초·중·고교 새마음 갖기 결의 실천대회 및 새마음회 발대식 등에 당시 대통령 영애(令愛)이자 구국여성봉사단 총재 자격으로 참석했다.
또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가 열린 선인체육관을 찾은 북한응원단에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가 포함돼 있기도 했다. 이같이 명성을 떨치던 선인체육관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냉난방 시설을 새로 하고 관중석과 편의시설을 개선하는 비용이 오히려 새로 짓는 것보다 많이 들 정도로 낡았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는 결국 도화 구역 도시개발사업에 선인체육관을 포함하기로 하고 철거를 결정했다.
공사는 8월3일 선인체육관 65m 높이 강의동 건물 2채를 철거했다. 발파해체작업은 오후 7시20분께 시작됐다. 선인체육관은 건물 내 기둥 196개에 설치된 발파용 폭약 298.5kg이 터지면서 건물 1층부터 13층까지 차례로 무너졌다.
40년 인천역사를 장식한 선인체육관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6초.
선인체육관 주변에는 발파 해체장면을 함께하려는 인근 주민과 인천시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몰려 작별인사를 나눴다. 인천시는 선인체육관 부지에 주택단지와 근린공원 등을 건설하는 도화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글 _ 김미경 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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