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경기경찰청 캠코더 전문요원

얌체운전 고스란히 영상에… 땀범벅 됐지만 교통질서 준수의식 깨우쳐

아침에 5분은 마치 5초와도 같다.

출근을 준비하는 직장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혹여 교통체증이라도 발생하면 애꿎은 다른 차량만 탓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특히 교차로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다른 차량이 끼어들어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기라도 한다면 운전석이 들썩 거릴정도로 분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일명 꼬리물기, 끼어들기 등을 일삼으며 1분 1초라도 먼저 가려고 애를 쓴다.

그러면 어김없이 새하얀 장갑을 끼고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통경찰이다.

그런데 교통경찰은 매일 아침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사람들에게 욕을 한바가지씩 얻어 먹는다.

바뻐 죽겠는데 늦으면 책임질꺼냐… 나만 그러는게 아닌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등등.

사실 눈으로만 보고 단속, 계도하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리발을 내밀며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곤욕을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준비한게 있다. 일명 캠코더 전문요원이다.

▲캠코더 전문요원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부터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캠코더 단속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3개월간 운영되는 캠코더 단속 전담팀은 1천100만 경기도민의 교통법규 준수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숙된 교통질서 확립하기 위해서다.

수원중부경찰서 등 도내 1급지 28개 경찰서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캠코더 단속 전담팀은 교통 4대 무질서 행위인 교차로 꼬리물기와 끼어들기, 방향지시등 미등화, 이륜차 인도주행 등 교통무질서를 조장하는 법규위반행위를 집중단속한다.

찍히면 오리발도 못내민다. 캠코더로 모든 상황을 영상(증거)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앞서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방청 10대, 경찰서 별 1대씩 28대 등 모두 38대의 캠코더를 배부했다. 캠코더 전문요원 70명은 이미 지방청에서 캠코더 촬영기법과 증거자료 해상, 사후처리요령 등의 직무교육을 마쳤다.

말 그대로 캠코더 전문요원이다.

▲나 같은 운전자에게는 위협적인(?) 존재

하루동안 캠코더 전문요원이 돼 보기로 했다.

평소 운전을 신사적(?)으로 하는 성향이지만, 직업 특성상 운전 중 야성의 피가 끓어오를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아주 가끔은 꼬리물기도, 끼어들기도 하는 내게 있어 캠코더 전문요원은 위협(?)이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캠코더 전문요원들과 함께 하루동안 ‘짝퉁’ 캠코더 전문요원이 돼 보기로 했다.

신호위반ㆍ중앙선 침범·U턴위반ㆍ주·정차위반ㆍ고속도로 갓길·전용차로 통행위반ㆍ이륜차 인도주행위반 5대 위험·얌체 운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캠코더의 효과인가?

수원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1팀의 하루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시작된다.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30분까지 1시간30분 동안 1번 국도 영화초교 사거리와 경기도교육청 사거리, 43번 국도 퉁소바위 사거리(옛 연무중 사거리)에서 교통안전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1팀장인 박대영 경위(50)를 만나 팀원인 강신균 경사(42)와 권창호 경사(36), 임원식 순경(32), 이태산 순경(31)을 소개받고 본격적인 캠코더 전문요원의 길을 나섰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 교통경찰의 필수품인 호루라기와 경광봉, 야광조끼 등을 준비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디지털 캠코더와 삼각대를 챙겨 현장으로 출동했다.

출동을 하면서 박 팀장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면서 “우리의 주 업무는 단속이 아닌 차량 흐름을 원할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두번 세번 연이어 강조했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출ㆍ퇴근시간대는 물론, 평소에도 차량 통행량이 많은 1번 국도 영화초교 사거리.

순찰차를 영화초교 사거리 인근 주유소에 차를 주차한 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섰다.

예전 같았으면 2인 1개조씩 2개조로 나뉘어 혼잡지역의 교통흐름을 조절하는 한편, 각종 얌체 운전자들을 두 눈으로만 감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일부 운전자들이 오히려 오리발을 내밀며 경찰에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캠코더 단속 전담팀이 운영되면서 이 같은 걱정은 사라졌다. 모든 상황이 캠코더를 통해 녹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1개조 2명 가운데 1명은 삼각대에 캠코더를 설치하거나, 직접 손으로 들고 교통상황을 확인하는 캠코더 전문요원으로 활동해야 하기에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캠코더 전문요원인 강 경사는 “1번 국도는 수원지역 각 이면도로와 고속도로 등을 잇는 중심도로이기 때문에 차량통행량이 상당하다”면서 “때문에 꼬리물기나 끼어들기 등의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빈번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캠코더를 활용하기 전까지는 단속과 교통흐름 조절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캠코더를 보고 영상이 저장되는 것을 아는 대부분의 운전자는 교통법규를 지키려 노력하기에 업무가 오히려 수월해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캠코더로 촬영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어리버리한 초보 교통경찰(?)을 큼지막한 사진기로 쉴새 없이 찍어대는 사진기자 때문인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여전히 상습정체구역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얌체 운전행위가 많지는 않았다.

가끔씩 끼어들기를 시도하며 옆 차선 차량과 신경전을 벌이는 차량들과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량들은 눈에 띄였으나 고질적인 꼬리물기, 직진차선에서 좌회전 시도하기 등의 얌체 운전자는 없었다.

캠코더를 이용해 신호등과 양방향 차선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화면각도를 조절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 순경은 “아직 (캠코더 전문요원)시행초기 단계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노하우가 생길 것”이라면서 “촬영은 그나마 쉬운 편인데, 촬영된 화면을 다시 편집해 자료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더 까다롭다”고 전했다.

▲만만치 않은 영상편집

연신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캠코더로 1시간30분동안 진땀나는 촬영을 마치자, 영상편집이라는 전문분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캠코더 전문요원 교육을 이후한 강 경사와 이 순경은 촬영된 영상을 편집한다.

그동안 나머지 팀원들은 다시 순찰차를 타고 도로공사현장이나 교통사고다발지역에 대한 순찰활동에 들어선다.

영상을 편집해 민원실 범법차량담당에게 전해주면 이를 근거로 교통법규 위반차량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처분한다.

이 때문에 촬영도 중요하지만 편집 역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혹시 모를 민원에 대비해 정확한 교통법규 위반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 경사는 “캠코더 전담요원은 단속이 목적이 아니다. 캠코더를 활용해 지켜보는 만큼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대 교통흐름을 원할히 하는데 있다”면서 “가끔 왜 캠코더로 차량을 찍느냐면서 화를 내시는 분이 있는데, 이런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가운데 야광우비를 입고 캠코더 전문요원으로 뛰어다니다보니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흘러내린 그 땀 보다 더 많은 교통질서 준수 의식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영상으로 찍힌다고 생각하면 교통질서 준수 의식이 높아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지 않는가.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이 교통무질서 행위에 대한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시민 블랙박스, 스마트폰 등으로 찍은 영상까지 접수받고 있으니 사방에서 당신의 얌체운전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더불어 우수신고자에게는 경찰관서장 감사장을 수여하고 차량용품·신호봉 등 소정의 사은품도 지급한다고 하니 안지킬래야 안지킬수 없을 것이다.

빨리 달린다고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니다. 진짜 베스트 드라이버는 안전하고 정직하게 운전하는 바로 당신이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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