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폐허의 도시’ 걷고 있는 듯한 착각

구월동 보행로

12일 오후 1시께 남동구 구월동 인주대로 591번 길.

한국시티은행 인천본점 뒤편부터 인천 CGV를 거쳐 인천시교육청 정문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볼라드로 차량 진입을 막고 양편에는 벤치가 놓인 보행자 전용도로(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시청, 시교육청을 중심으로 각종 기업이 인근에 자리한 탓에 점심때를 이용해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오가지만 정작 벤치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한 젊은 여성은 동료와 대화를 나누다 무심코 벤치에 앉으려 했지만 이내 벤치 상태를 확인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벤치를 가로지르는 나무가 아예 망가져 앉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벤치는 나무 중앙이 파여 있었고, 또 다른 벤치는 나무가 아예 주저앉은 상태다.

설치된 벤치의 절반가량이 망가져 앉을 수조차 없었으며, 햇빛 가림막은 옆으로 휘거나 플라스틱 부분이 파손돼 구멍이 뚫려 있다.

돌로 된 볼라드는 일부가 뽑혀 보행로 한편에 나뒹굴고, 보행로 양편에 관상용으로 조성된 수풀은 관리되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면서 보행자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차로와 보행로를 구분하고자 깔려 있는 바닥재는 갈라지고 뒤집혀 조심하지 않으면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이곳 보행로가 제 기능을 잃은 지 수년째 방치되고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아 말만 보행로지 사실상 도심 속 흉물로 변했다.

시민 박모씨(44·남구 관교동)는 “시청 근처에 왔다가 이곳만 보면 기분이 나쁘다”며 “3년째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상태로 내년에 국제대회를 하는 도시가 맞나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보행로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어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도 예산 반영을 요청했으나 간선도로 위주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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