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논문이 돈이 되나?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소득은 2007년에 2만불을 돌파한 후 3만불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3만불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들도 짧게는 4년부터 길게는 10년 이상 걸렸다. 우리나라의 3만불 시대를 앞당기는데 무엇이 필요할까. 보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창의적인 생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과학 논문이 창의력의 보고(寶庫)가 아닐까 한다.

과학 논문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과학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현상을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에 대해 먼저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가능한 답인 가설을 상정한다. 그리고 그 가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해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 과학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과 모범답안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이 과학논문이다. 따라서 논문은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스페인계 기관인 SRG(SCImago Research Group)의 2012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3만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나라는 18개국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조 달러 이상의 GDP를 갖는 14개국에 네덜란드, 스위스, 터키, 폴란드의 4개국이 더해진다. 특히 연간 논문 수 10만 건을 상회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및 일본이다. 지식기반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국가들일수록 논문 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6만5천 건으로 18개국 중 11위에 올라 있다.

이 18개 나라의 총 논문 수를 GDP의 총합으로 나눈 ‘GDP의 논문유발 효과’는 2012년에 10억 달러당 43편이었다. 이 지표를 매년 산출해 보면 이 지표가 지난 10년간의 세계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2008년에는 이 지표가 38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논문 발표 편수가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자. 위의 18개국 GDP합을 총 논문수로 나눈 ‘논문의 GDP유발효과’ 지표는 2012년의 경우 약 2천700만 불이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3천100만 불, 일본이 5천300만 불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천700만 불이다. 우리 지표가 18개국 평균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논문으로 발표되는 과학적 발견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국부창출로 잘 이어지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인 사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논문을 경제활동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논문에서의 발견을 기술개발로 연결하는 노력, 즉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개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다. 전문성을 갖는 각 분야의 과학ㆍ기술자들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창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는 과학적 발견을 온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과학문화의 저변확대이다.

논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아니다. 다만 과학자들이 자신의 발견을 실생활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일반인에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없다면 과학 발전이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과학의 대상 역시 방향을 잘못 잡을 가능성도 있다. 과학 논문을 통해 국민 창의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과학논문의 지속적인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양적인 면에서 영국이나 독일의 수준인 연간 ‘10만 논문시대’를 앞당겨야 하고, 동시에 각 발표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 예를 들어 논문의 피인용 횟수 증가나 영향력 기준 상위 25% 저널에 발표하는 논문 수를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인 우리나라는 창의적인 사고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부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