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논문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과학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현상을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에 대해 먼저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가능한 답인 가설을 상정한다. 그리고 그 가설을 실험적으로 검증해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 과학은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과 모범답안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이 과학논문이다. 따라서 논문은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스페인계 기관인 SRG(SCImago Research Group)의 2012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3만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나라는 18개국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1조 달러 이상의 GDP를 갖는 14개국에 네덜란드, 스위스, 터키, 폴란드의 4개국이 더해진다. 특히 연간 논문 수 10만 건을 상회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및 일본이다. 지식기반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국가들일수록 논문 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6만5천 건으로 18개국 중 11위에 올라 있다.
이 18개 나라의 총 논문 수를 GDP의 총합으로 나눈 ‘GDP의 논문유발 효과’는 2012년에 10억 달러당 43편이었다. 이 지표를 매년 산출해 보면 이 지표가 지난 10년간의 세계 경제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2008년에는 이 지표가 38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논문 발표 편수가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자. 위의 18개국 GDP합을 총 논문수로 나눈 ‘논문의 GDP유발효과’ 지표는 2012년의 경우 약 2천700만 불이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3천100만 불, 일본이 5천300만 불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천700만 불이다. 우리 지표가 18개국 평균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논문으로 발표되는 과학적 발견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국부창출로 잘 이어지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인 사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논문을 경제활동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논문에서의 발견을 기술개발로 연결하는 노력, 즉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개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다. 전문성을 갖는 각 분야의 과학ㆍ기술자들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창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는 과학적 발견을 온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과학문화의 저변확대이다.
논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아니다. 다만 과학자들이 자신의 발견을 실생활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일반인에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없다면 과학 발전이 동력을 잃을 뿐 아니라 과학의 대상 역시 방향을 잘못 잡을 가능성도 있다. 과학 논문을 통해 국민 창의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과학논문의 지속적인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양적인 면에서 영국이나 독일의 수준인 연간 ‘10만 논문시대’를 앞당겨야 하고, 동시에 각 발표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 예를 들어 논문의 피인용 횟수 증가나 영향력 기준 상위 25% 저널에 발표하는 논문 수를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인 우리나라는 창의적인 사고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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