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원 ‘분꽃이 피는 시간’ 출간

햇살 가득한 9월의 마지막 날, 민트색 잔 꽃무늬 원피스에 두건을 쓰고 자신이 만든 퀼트 가방을 들고 있는 신채원 작가를 만났다.

딸이 그림을 그리고 엄마가 글을 쓴 ‘분꽃이 피는 시간(책만드는집 刊)’을 펴낸 작가는 소녀처럼 웃는 표정이 책과 닮아 있었다.

작가는 “한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사소한 느낌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일기를 쓰기 시작 했다”며 “내 이름의 책을 갖는다는 것은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속박일 수도 있고 부끄러움일 수도 있고 살아온 생의 일부가 남아 있다는 안도감일 수도 있으며 내가 다른 사람들의 책을 읽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소소한 일상과 그리움을 읽어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명작가도 아닌데 책이 나오자마자 초판에 이어 2쇄를 찍었다.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에 끌렸을까.

『신혜와 신영이가 다투고 있을 때 둘의 손을 갖다 대주며

“누가 먼저 사과하나 보자, 누가 먼저 용기 있나 보자.”

그럼 순진한 신혜가 먼저 말한다.

“오빠, 미안해.”

남편과 내가 다툰 어느 날

신혜가 부엌에 있는 내 손을 잡아끌더니 제 아빠 손에 갖다 대며

“누가 먼저 사과 하나 보자. 누가 먼저 용기 있나 보자.”

나처럼 흉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흉내쟁이 딸아이 본문 중에서』

『나도 엄마가 되었을 때

재봉틀은 아니지만 퀼트로 옷과 가방을 만들고

엄마처럼 앞치마를 하고 빵을 만들면

간혹, 빵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엄마 본문중에서』

김동호 시인은 “이런 글들이 엄마의 엄마에게서 물려 받은 것이고 딸의 딸로 이어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가는 책을 내며 조심스러워 망설였는데 딸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컴퓨터가 서툰 아내를 위해 피곤한 퇴근길에도 워드 작업을 해 준 남편과 글의 느낌을 말해 준 아들과 미술을 전공한 딸이 일러스트와 편집을 맡고 내 딸이 책을 내다니, 자랑스러워하신 부모님이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들꽃을 한 묶음 받은 것 같기도 하고 수채화를 보는 것 같았다는 독자도 있었고 흑백 사진속의 필름이 찰칵찰칵 돌아가며 자신도 모르게 따뜻함이, 밝음이, 아름다움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독자들의 서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저자는 늘 감사하며 의미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평소 번잡하지 않고,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과 진지한 삶의 자세가 ‘시’ 와 ‘수필’의 사이를 변주하며 100여 편의 글로 탄생했다. 일상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소녀 같은 감수성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선한 감각의 책이다.

계속 글을 쓸거냐는 질문에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어떤 일과 마주할까 기대된다”며 “누구에게 자분자분 들려주듯이 사각사각 연필소리를 내며 습관처럼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삶이 무겁고 고단할 때 누군가의 인생이야기는 큰 힘이 된다. 책속에 담긴 가족. 친구, 꽃, 여행, 책, 운동 등 친숙하고 다양한 느림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편안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