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OECD PIACC 조사결과와 능력중심사회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16세 이상 65세 이하 성인 약 16만명(우리나라는 6천700여명 참여)에 대해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을 비교평가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CC) 결과 발표는 능력중심사회를 지향하는 박근혜정부의 인적자원개발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PIACC의 한국 측 조사담당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자의 역량은 OECD 평균에 비해 낮은데 특히 우리나라 성인의 역량은 20대 초반에 정점에 이른 후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감소한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70% 이상이 대학을 지향하는 학벌중심 사회에서 대학졸업 여부, 출신 대학에 따라 초기 노동시장에서의 위치가 정해지고, 일단 진입한 이후에는 조직 내에서의 내부 경쟁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역랑 개발에 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폐쇄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다.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성인들은 직장에서 쓰기 활동을 많이하지만 문제해결, 직장 내 학습, 협동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동과 직장 내 학습은 PIAAC 참여국 중 최하위권이다. 2011년 기준으로 OECD 평균보다 7.8%p 낮은 32.4%의 우리나라 평생학습 참여율을 반영하는 조사 결과이다. OECD에 따르면 스웨덴이 73.4%로 평생학습 참여율이 제일 높다.

쓰기 활동은 많이 하나 문제해결 및 협동 활동은 취약하다는 조사결과는 보고 위주의 상명하복식 우리의 조직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하는 일에서 요구되는 스킬(skill)과 학력이 일치하는 경우는 50%를 약간 넘었으며, 하는 일에 비해 학력이 과잉인 성인은 27%였다. 학력이 과잉인 조사 대상중 12%만이 요구되는 이상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PIACC 결과는 학력과잉으로 노동시장의 미스매치(mismatch)가 상대적으로 보다 심각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다른 국제비교조사인 2006년 CHEER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분야(study field)와 업무영역(work area)의 연관성이 76%인데, 조사대상 국가의 평균은 91%이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100%에 근접한다.

PIACC 조사결과가 실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부모의 학력이 개인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통된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젊은 층에서 나이든 사람에 비하여 부모 학력이 역량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게 나타난다. 미국과 영국은 연령대별 스킬 차이가 분명하지 않아 국제비교에서 상대적인 위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나라는 젊은 층이 높은 역량을 가진 반면, 고령자는 역량이 낮아 역량 수준을 확연히 높이는데 성공한 사례이다. 사용되지 않는 스킬은 소멸하고 퇴화하는데 숙련된 인재풀(pool)을 잘 활용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스킬이 높은 사람의 9%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나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32%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낮은 스킬을 가지면 노동시장에 참여할 확률이 낮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스킬 수준이 가장 낮은 성인의 67%가 취업하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많은 훈련과 교육, 그리고 숙련형성은 학교교육 밖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성인의 학습참여율이 높을 때 연령이 올라갈수록 역량도 쌓이게 되는데, PIACC 조사결과는 학벌중심의 닫힌 노동시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기대를 할 수 없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능력 중심사회가 조속히 구축돼 역량 수준이 높아진 우리 젊은이들의 역량을 더욱 높이고,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높은 역량 보유자들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이는 것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선진사회로 진입하는 길이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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