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대출 미끼’ 서민들 휴대전화 명의도용 사기에 운다
무보증 대출만 믿고 덜컥 개인정보 제공 ‘미납요금 폭탄’ 떠안아
소비자원, 대출빙자 도용 32%… 피해자 대부분 금융약자 ‘심각’
수원에 사는 김모씨(50)는 최근 대출업자로부터 솔깃한 전화를 받았다. 담보와 신용 없이도 본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도록 개인정보를 알려주면 다음 달 100만원을 대출해 준다는 것.
신용불량자인 김씨는 주민등록증과 통장사본, 위임장 등을 팩스로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채권추심기관으로부터 날아온 600만원의 미납요금 내용증명서였다. 김씨는 “명의를 빌려주는 게 불법인 줄은 알았지만 당장 한 푼이 아쉬워 명의를 빌려줬다”며 “오히려 빚만 지게 돼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이처럼 무보증으로 쉽게 소액대출을 해준다는 전화를 받고 개인정보를 알려줬다가 휴대전화 명의도용 가입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 제도권 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어서 이들의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20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이동전화 명의도용 가입 관련 상담은 지난 2011년 93건에서 지난해 418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20건이 접수되는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이 피해구제가 접수된 101건의 명의도용 경위를 분석한 결과 대출을 빙자한 명의도용 피해가 32.7%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피해자들 대부분 대출은커녕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명의도용분쟁조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경우 통신사 등 사업자의 책임보다 명의를 빌려준 소비자의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최근 국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명의도용분쟁조정 신청 총 709건(11억7천400만원) 중 사업자 책임 104건(2억400만원), 이용자 책임 302건(6억1천200만원), 양자책임 100건(2억3천600만원), 미처리 352건으로 이용자가 구제받을 수 없는 금액이 3배에 달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곳은 어디도 없으며 사기인 것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