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J. 린든 著 ‘고삐 풀린 뇌’

당신은 그 어떤 것에도 중독되지 않은 채 자유의지로 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구토를 느낄 정도로 과식하고, 단 하루라도 운동을 쉬지 않는 등 반복되는 사소한 습관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중독자’다.

‘고삐 풀린 뇌’(작가정신 刊)의 저자 데이비드 J. 린든은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 존재로 만드는 고유한 특성 ‘자유의지’가 있음에도 누구나 쉽게 중독자가 되는 것은 ‘뇌 속 쾌감회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쾌감은 뇌의 복측피개영역(VTA)에서 만들어진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중격핵, 전전두피질, 배측선조체, 편도체에 분비될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다. 쾌감회로는 중뇌의 복측피개영역에서 그 아래의 미상핵과 전전두엽에 이르는 회로를 말한다.

이처럼 낯선 뇌 명칭과 딱딱한 학문적 정의에 책장을 덮지 말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로 신경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뇌과학을 쉽게 설명한다.

예로 사람들이 강렬한 사랑에 빠졌을 때 비판 기능이 사라진 채 ‘눈에 콩깍지’가 씌이는 이유와 감정적 사랑이 육체적 욕망과 분리될 수 있는 지 등 평소 연애에 대한 궁금증을 뇌과학을 기반으로 해소시켜 준다.

저자는 또 남녀가 신체 접촉 없이 생각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실험 사례와 결과를 통해 “오르가슴은 가랑이가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는 자극적 주장을 피기도 한다.

특히 각 장마다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결과에 덧붙여 다양한 사진과 도표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처럼 중독과 자유의지를 주제로 한 뇌과학을 쉽게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의 주장은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사회가 각종 법률, 종교, 교육 등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중독자를 의지박약아로만 몰고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중독이 생리적 질환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대부분의 중독 관련 치료가 보험 회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함께 꼬집는다.

이와 관련 저자는 중독이 의지박약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복적 자극에 의해 무뎌진 쾌감회로가 이전과 동일한 양의 쾌감을 생산하려고 과잉 작동하는 신경생리학적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중독 문제에 접근해야만 중독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값 1만7천원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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