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WTO 패소의 의미

지난주 외신을 통해 WTO 분쟁해결 패널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을 WTO 협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통 보호무역이라고 하면 자국 산업 보호 목적의 수입제한조치로 알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중요한 자원의 수출을 제한해 무역을 왜곡하고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보호무역에 해당한다. 과거 70년대 두 차례 발생했던 오일 쇼크도 이번 사건과 같이 자원을 무기로 한 보호주의로 볼 수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자료에 따르면 희토류(rare earth material)는 사전적으로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광물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귀해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원소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이름을 붙였다. 실제 희토류의 매장량은 이름으로부터 떠올리는 이미지와 달리 많다고 한다.

희토류 중 가장 매장량이 적은 것도 금보다 200배 이상 많다고 하니 ‘희소(rare)’와는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 희토류의 주 생산국은 인도, 브라질, 남아공, 미국 등이었는데, 80년대 이후 중국이 저가 물량 공세로 시장을 압도해 현재 전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희토류는 전기전자제품, 영구자석, 광섬유 제품에 필수적인데,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자 희토류 가격이 수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올라 희토류 수요국가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고 WTO에 제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WTO 패널의 결정은 다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이 사건에 앞서 중국은 일부 원자재에 대해 수출세와 쿼터(수량제한)를 도입했고, 2009년 미국, EU, 멕시코가 이를 WTO에 제소해 패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은 고갈될 수 있는 자원의 보호와 채굴로 인한 환경오염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항변했으나, 패널은 수출제한 조치가 국내 업계만 이롭게 했다고 주장한 제소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희토류 사건 역시 2009년 사건의 판박이다. 중국은 희토류의 고갈에 대한 우려, 환경오염 등을 문제로 GATT에 근거해 수출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중국은 전자의 사건처럼 이번에도 상소할 가능성이 높다. 상소는 패널의 결정을 법률적으로 한번 더 따져본다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버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낮더라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짚어 본다면, 우선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가격이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패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인지, 최근 수십억 위안 규모의 희토류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격을 지지하고 나섰다.

따라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수요국들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의 희토류 광산을 다시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대체 광산을 찾아 전략적 제휴에 나선 상태다. 우리 정부 역시 유사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채굴 후 분리, 정련, 합금화 과정에 필요한 기술이나 설비가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통상마찰 예방에 대한 시사점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 입법, 조치가 국제규범과 일치하지 않아 이와 같은 통상분쟁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와 환경규제와 관련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외국 정부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앞으로 국제법상 의무와의 합치 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