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뒷통수에 신혼의 꿈 ‘와르르’

중개업자 11억대 임대사기, 신혼의 단꿈 ‘산산조각’ 차가운 거리로…

계약 권한 오피스텔 임대인에 위임받은뒤 몰래 이중계약

집주인 탈세위해 전입신고 기피… 세입자들 피해 속수무책

김모씨(33·계양구)가 계산동 H 오피스텔에 신혼살림을 차린 건 지난 2010년 일이다.

공인중개사 손모씨(45·여)의 소개로 33㎡ 규모의 오피스텔을 전세 4천500만 원에 얻은 김씨는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김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오피스텔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김씨가 그동안 전세로만 알고 있었던 오피스텔은 집주인과 월세계약이 돼 있었다. 집주인은 3개월가량 월세가 밀리자 김씨를 찾아왔고, 그때야 김씨는 중개업자 손씨에게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집주인이 임대계약을 중개업자에 일임하는 오피스텔의 관행이 범죄에 악용된 것이다. 특히 일부 집주인은 부동산임대 사업에 따른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금지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전·월세 임대사기를 부추기고 있다.

12일 경찰에 붙잡힌 손씨도 집주인과 세입자를 속이고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총 49회에 걸쳐 11억 3천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오피스텔 특성을 잘 알고 있던 손씨는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고, 집주인에게는 월세계약서를 건네는 수법으로 손쉽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2007년 H 오피스텔 1층에 중개업소를 차린 이후 모두 31명에게 사기를 쳤고, 피해자 대부분이 신혼부부나 대학생이었다. 1인당 평균 피해 금액은 3천여만 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11억여 원의 돈을 3년간 모두 썼다는 손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은닉 재산과 공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며 “전·월세 등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을 같이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전·월세 보증금도 직접 주고받아야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중개업자가 계약을 일임했을 때 임대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됐는지를 집주인에게 문의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의 전세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인성기자 isb@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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