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줄이려다 ‘요금폭탄’… 잠시만요, 옷 껴입고 가실게요

성큼 다가온 겨울, 난방비 이렇게 아끼자

부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씨(남ㆍ31)는 가을이 깊어짐과 함께 외로움을 달래고자 지난 9월 토끼 한 마리를 입양했다. 자신이 사는 원룸의 베란다 한켠 작고 아담한 토끼집을 마련했다. 혹여나 추울까? 감기에 걸리는 건 아닐까. 걱정스런 마음에 밤마다 전기히터를 켜줬다. 그러자 매달 3만원에 불과했던 전기요금이 20만원가까이 나왔다. 요금고지서를 든 한씨의 손이 떨렸다. 조용히 건초를 씹는 토끼를 괜스레 바라봤다. ‘그래, 이 녀석이 무슨 죄가 있을까…’. 그날 한씨는 전기히터 대신 자신의 방안 아랫목을 토끼에게 양보했다.

예년 보다 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겨울철 난방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전기히터나 전기장판 등 난방가전은 일찌감치 대형마트 주요 진열대에 오르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쪼들리는 살림살이 난방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보일러 사용을 자제하고 각종 보조 난방기구를 쓰는 것.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전기료에 전열기기를 마구 쓰다 되레 ‘요금 방망이’에 마구 두드려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떨고만 있을 순 없는 일. 날이 찬 요즘, 난방비를 아끼는 지혜로 값싸고 따뜻한 겨울을 나자.

■ 일단, 긴 옷부터 입고 가실께요∼

춥다 여길 때는 보일러나 전기히터 온도를 1도 올리는 것보다 체온을 1도 올리는 편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실내에서도 두툼한 양말이나 실내화를 신고 내복을 비롯해 얇은 옷을 껴입게 좋다. 실내 온도는 18∼20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거실이나 서재에서는 수면양말이나 수면조끼, 무릎담요 등으로 체온을 보호하고 그래도 추울 때는 팔굽혀펴기, 뜀뛰기 등 가벼운 스트레칭도 좋다.

사람만 옷을 껴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도 옷을 입히자. 대형마트 진열장 위 전기히터에서 옆으로 눈을 살짝 돌려보면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단열 시트지를 배치해 놓은 곳이 많다. 마트 관계자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높고 탈·부착이 쉬워 일반 가정에서 쉽게 활용할 수어 많이 찾는다”며 적극 추천했다. 장삿속이 아니다.

실제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시트지의 올록볼록한 비닐 속에 형성된 공기층이 창문의 열전도율을 낮춰 난방 효과를 높인다”며 시트지나 바람을 막는 문풍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보통(50cmX50m) 크기가 1만원 내외로 가격도 저렴하다.

이밖에 카펫과 이중 커튼으로도 실내의 온기를 보존할 수 있다. 특히 커튼은 햇볕이 있는 낮에는 열어 뒀다가 밤이 되면 다시 잘 여며 놓는 것만으로도 보온과 단열 효과를 볼 수 있다.

■ 난방비 무작정 아끼려다 외려 요금폭탄

가스비 아낀다며 무작정 전기히터를 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전력을 쓰면 쓸수록 요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3단계로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월간 사용량 100kWh 이하는 1kWh당 57.9원, 101~200kWh 122.6원, 201~300kWh 183원, 301~400kWh 273.2원, 401~500kWh 406.7원, 500kWh 초과 690.8원의 6단계 구조다.

따라서 올바른 사용법으로 효율을 높이는 것도 요긴하다. 난방기기는 창문 쪽에 등지게 놓으면 공기 순환이 잘 돼 같은 양의 에너지로도 더 높은 난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을 100도까지 끓인 뒤 70~80도의 수증기를 내뿜는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면 습도와 함께 실내온도도 올라간다.

전기요금이 일반 가습기보다 좀 더 나오지만 보일러를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힌다. 참고로 실내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찬 수증기를 내뿜는 초음파식 가습기가 쾌적하다. 전기장판은 따뜻할 정도로만 켜야 피부 건조도 막고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다.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에 끄지 않는 것은 요금도 요금이려니와 화재의 원인이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

■ 보일러 꺼놓기가 상책?…난방비, 수리비가 더 나올 수도

난방비를 절약한다며 외출할 때에는 무조건 보일러부터 끄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보일러를 끄지 않는 게 오히려 유리할 때가 있다. 2~3시간 정도의 짧은 외출이라면 따뜻한 바닥을 유지시키는 비용이 차가워진 바닥을 다시 데우는 것보다 덜 든다. 따라서 잠깐 외출할 때에는 보일러를 끄지 말고 온도를 2~3도 낮게 설정해 놓는 게 요령이다.

강추위가 닥쳤을 때에는 동파 예방을 위해 평소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방도 밸브를 열어 난방수를 순환시켜야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난방수를 교체해야 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정기적인 보일러 청소도 필수다. 기름보일러든 가스보일러든 연소가 일어날 때에 발생하는 분진이 내부에 누적되면 보일러의 열효율이 떨어진다. 보일러 업체에 신청하면 청소해 주며 비용은 대략 3만~5만원 선이다.

참고자료 = 에너지관리공단

박광수기자 ksthink@ksthi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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