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의 공포, 피해지역은 초토화

대한민국 대표 수종 소나무가 위험하다

경기동북부 재선충병 확산

올해만 5만여 그루 베어내

道ㆍ지자체 초비상 대책 시급

“한그루가 감염돼도 금수강산이 초토화될 수 있습니다” “주변 소나무들 모두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만큼 대책이 시급합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광주와 용인지역을 비롯해 경기 동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올 들어 도내에서 5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처참하게 베어져 나갔다.

13일 오전 11시께 광주시 곤지암읍 봉현리 산 163번지 일대.

5명의 인부들이 굉음을 내며 전기톱을 이용해 지름이 20~30㎝짜리 소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씩 베어냈다. 이 소나무들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나무들로 인부들은 나무를 베어낸 뒤 훈중(燻蒸)처리하기 위해 녹색의 훈중포를 덮어씌우는 작업을 반복했다.

바로 인근 산비탈 한면은 먼저 베어낸 수백여 그루의 소나무에 훈중포를 씌워놔 흡사 소나무 공동묘지를 연상케 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이 일대에서 1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죽음으로 내몰렸다.

같은 시각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신원리 11번지 일대 역시 소나무들로 빽빽하게 가득해야 할 야산이 벌거숭이 그 자체였다.

또 인근에 30여 그루의 소나무들은 대형 훈중포로 쌓인 채 모습을 감추고 있는 등 소나무재선충병이 휩쓴 산과 임야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처럼 광주와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도내 11개 시ㆍ군에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돼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용인시 포곡읍과 모현면, 언남동 등 일대에서 총 23.45ha에 걸쳐 병이 퍼져 총 485그루의 소나무와 잣나무가 말라죽었다.

해충의 특성상 감염나무와 인근 수목까지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시는 지금까지 무려 3만9천83그루의 나무를 베어냈고 앞으로도 4만5천여 그루의 나무를 대상으로 방제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지금까지 564그루의 나무가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포천 589그루, 남양주 237그루, 양평 147그루, 연천 116그루, 성남 101그루 등 도내 11개 시ㆍ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한 피해 감염나무는 모두 2천400여 그루에 달한다. 감염나무로 인해 방제된 나무만 5만여 그루다.

도는 재선충병의 확산 원인을 기후의 영향으로 인한 매개충의 활동시기 연장과 이상고온 또는 가뭄 등 재선충병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기온이 상승하기 전인 내년 4월 이전에 피해 고사목을 전량제거하는 내용의 소나무재선충병 긴급방제 특별대책을 수립했다”며 “더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용인= 한상훈권혁준기자 khj@kyeonggi.com

소나무재선충병이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는 재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기 때문에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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