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인천석유화학 공장증설 논란 해법은 없나?_ 파라자일렌 생산 ‘울산공장’ 현장르포
하지만, 인천공장과는 다르게 이렇다 할 주민 반대가 전혀 없다. 이유가 뭘까? 인천은 PX 공장 증설과 관련해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그토록 반대하는데 울산의 평화로움은 무얼까?
의문의 답은 울산 시민과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김두겸(55) 울산시 남구청장은 “인천은 땡 잡았다”는 말로 인천공장이 처한 상황을 정리했다. 김 청장은 “자치단체는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 울산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지자체가 된 이유다”고 말했다.
울산은 1인당 연간 시민소득이 미화 기준 6만 달러에 달한다. 울산시 남구가 SK 울산공장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수입은 연간 200억 원이다. 여기에 고용창출 및 사회공헌활동 등을 더하면 SK 울산공장이 남구에 기여하는 경제적 효과는 1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공장, 단일 생산시설 세계 최대 규모
울산시 남구에 있는 SK 이노베이션 울산공장은 단일 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지 면적만 826만㎡로 3천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대단위 석유화학공장이다.
울산공장은 각종 고도화시설을 비롯해 석유정제시설, 원유저장시설, 정유공장, 중질유 나프타분해광장, LPG 지하암반 저장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원유 저장탱크는 전 국민이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총 2천만 배럴 규모에 달한다. 특히 ‘땅 위의 유전(油田)’이라 불리는 고도화 설비가 울산공장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는 고도화 설비의 정제과정을 거쳐 LPG(액화석유가스)와 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C유 등 다양한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울산공장은 이 같은 첨단 설비를 토대로 지난해 73조 33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1조 6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최근에는 중국 등지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1조 원의 비용을 투입해 연간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PX 설비를 신설하고 있다. 내년 3월 PX 제3공장이 완공되면 울산공장은 기존 PX 1·2 공장과 더불어 연간 180만t의 파라자일렌을 생산하게 된다.
울산공장 관계자는 “PX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이끌 차세대 주자다”며 “울산과 함께 인천에 신설되는 PX 공장은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장, 제2의 도약 꿈꾼다
SK 인천석유화학은 40여 년 전 경인에너지로 출범해 지금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인천 향토기업이다.
하지만, 경인에너지에서 인천정유, 이후 한화에너지, SK 인천정유 등 기업 역사가 말해주듯 잦은 경영 주체 변경에 시달리며 구조조정 등 시련을 겪어왔다. 동종 경쟁업체에 비해 단순한 정제 시설만을 갖춘 낮은 경쟁력이 이유였다.
SK 인천석유화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 유망 사업군에 투자를 결정했다. 화학섬유 계열 원료로 나프타를 분해해 만드는 파라자일렌(PX) 생산을 위한 공장 증설이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정유업계 ‘효자상품’으로 알려진 파라자일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에서 추출해 페트병과 합성섬유, 필름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이다.
SK 인천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알려진 파라자일렌 생산을 위해 1조 6천억 원을 투자해 내년 3월까지 설비를 갖춘 뒤 5월부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80%의 공정률을 보이는 신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면 현재 6조 원 정도인 매출액은 14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SK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파라자일렌이 유해성 물질로 알려지며 공장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공사 중단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주민들은 파라자일렌의 경우 유독성과 유해성이 높아 환경오염 우려가 이는 만큼 생산시설 설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SK 인천석유화학 측은 이번 증설투자로 인한 3천5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와 1조 6천억 원의 10%가 넘는 금액의 환경 시설 투자 노력 등을 설명하며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관련 법규(산업안전보건법, 에너지관리법, 위험물관리법 등)에서 정한 안전성 정밀심사(PSM·SHS 등) 기준을 모두 사전 통과하고 공장 증설 승인을 얻었다는 것이 SK 석유화학의 설명이다.
특히 인천공장은 공식 산업단지에 해당하지 않아 ‘건강영향평가’ 대상이 아님에도 자발적으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산업단지 수준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생산공정 20m마다 탄화수소감지기를 설치해 연 1회 이상 11만 포인트 탄화수소 누출 여부를 측정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이로 인해 공장 주변 대기질 벤젠농도가 대기환경기준(5㎍/㎥) 이내로 예측되는 등 PX 증설에 따른 추가 환경오염물질을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SK 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등 유해 물질 누출 등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공장 주변에서 25년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건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성경숙씨(52·오른쪽)는 SK 울산공장 인근 상개동에서 사는 주민이다. 그는 대규모 석유화학공장이 옆에 있어도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미희씨(49)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주민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환경감시활동을 하고 있다”며 “SK와 같은 대기업이 환경유해물질을 배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울산 주민들은 SK 울산공장이 신설하는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에 대해 안전성을 확신했다.
수 십 년간 살았지만 이렇다 할 사고도, 환경 피해도 없었다.
성씨는 “조금이라도 피해가 있었으며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천공장도 울산만큼 안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언제라도 울산에 방문할 것을 권유한다”며 “울산 주민이 얼마나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 인천 주민이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SK 울산공장이 위치한 울산시 남구는 환경부가 선정한 전국 230개 시·군·구 중 지난해 건강지수가 가장 높은 자치단체로 뽑혔다.
배인성기자 isb@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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