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이원경의 ‘유년의 날개’

이 꼭지가 ‘그림’ 읽어주는 남자이긴 하나 가끔씩 ‘조각’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나는 조각의 한 부분을 읽어보려 한다. 그림이 평면이고 조각이 입체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심상의 이미지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이원경의 ‘유년의 날개’는 50센티미터 높이의 작은 소품이다. 유년기의 한 소년이 어딘가에 서서 손을 내밀고 있는 상인데, 세밀하게 기술하자면 이 작품은 벽면에 스테인리스 판 좌대를 붙이고 그 위에 브론즈 소년상을 올려놓은 것이다. 소년은 콘트라포스트(contrapposto)의 동세처럼 왼발을 약간 내밀고 있으며 또한 왼손을 몸과 직각으로 들어서 마치 무엇인가를 요청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이 작품이 일반적인 소년상과 다른 점은 포즈가 아니라 눈빛과 오른쪽 어깨에 있는 날개다. 소년의 몸은 건강한 구릿빛 피부이지만 눈빛은 맑고 투명한 푸른색이다. 게다가 마치 소년의 몸에서 자란듯한 녹색 날개가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가는 ‘엑스맨’의 주인공들처럼 돌연변이 인간을 형상화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다. 이원경이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날개 하나씩은 다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키가 크듯이 날개도 자라서 힘차게 비상할 순간을 준비하는 것이 인간이다. ‘유년의 날개’ 속 소년의 몸은 아직 미완의 상태 즉 미소년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소년의 미래는 한 없이 열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년의 어깨에서 자란 푸릇푸릇한 날개는 소년의 두려움 없는 미래요, 희망일 것이다.

작품을 보고 있자니 이런 말이 내 안에서 솟았다. “저 몸이 가장 싱싱한 몸이요. 저 몸이 이제 막 어미의 껍질로부터 탈피한 순수의 덩어리요. 저 소년이 내민 손을 보시오. 저 소년의 눈빛을 보시오. 저 소년은 당당히 세계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소. 현실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가길 청하고 있는 순간이외다. 그의 몸속에는 푸른 피가 가득해서 푸른 날개 따위 금방이라도 키워낼 듯 충만하오.”

우리는 날개를 가졌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처럼 어쩌면 우리는 날개를 상실했기 때문에 지상에 떨어지고 만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영혼을 푸른빛으로 환하게 일깨우면서 우리 자신의 삶의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비상을 꿈꿔야 하고 또한 그것을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충만한 존재성을 강렬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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