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힘을 모아 저 넓은 세상으로 거침없이 나가면 세계와 미래의 새로운 주인 될 수 있다는 큰 가르침이 있는 만주벌판, 지금은 남의 땅이 돼버린 그곳에는 일천오백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우뚝 서서 한민족이 이땅의 주인이었음을 일깨워주는 우리 선조의 커다란 목소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먼 옛날 굽힐 줄 모르는 힘찬 기상으로 광활한 대륙을 향해 내딛었던 고구려인들의 굳센 발걸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의 세계경영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조들의 기백을 이어 세계로 치달았던 우리 기업들은 한민족의 자존(自尊)을 지구촌 곳곳에 심었던 해외시장 개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기술로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경영의 탈국경화 전략으로 세계경영이 다시 한번 우리 경제를 선도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탈 국경화전략으로는 세계경영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이전처럼 단순히 물건을 내다파는 것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국제화전략으로 무장할 때입니다. 해외현지에 우리 공장을 세우고, 세계 1등 상품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현지에서 직접 팔아야 합니다. 생산에서 서비스까지 기업경영의 모든 요소를 세계적 비교우위 관점에서 네트워크화하는 총체적 해외현지 경영이야말로 진정한 세계경영입니다.
세계를 양분시켰던 이데올로기가 퇴조한 오늘, 각국은 배타적 경제이기주의로 치닫고 있으며 새롭게 재편중인 신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고자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국제 경쟁력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각종 무역장벽에 가로막혀 남아있던 해외 터전마저 내주고 돌아오는 실정입니다. 왜 돌아옵니까. 넘어야 할 산은 밖에 있는데….
밖에서 싸워 이겨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려면 다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런 위기상황을 일찍이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세계화전략을 구상한 기업이 바로 대우였고, 그 세계화전략이 세계경영임은 이제 모든 기업들이 알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세인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많은 기업들이 대우의 세계경영을 배우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 학계, 재계, 언론 할 것 없이 세계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거기에 이미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었던 것이 바로 대우의 세계경영이 있었던 것입니다.
최초의 광고를 통해 약속했던 것들이 실현되고 있는 동유럽 루마니아와 헝가리 국가들을 보면 대우는 아주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공항청사에는 대우의 텔레비전이 손님을 맞습니다. 1520년된 구식 ‘다찌아’ 모델이 판치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대우의 씨에로를 비롯 티코, 에스페로는 현지인들의 부러움을 듬뿍 사며 구릅니다. 한마디로 ‘대우 덕분에’ 현지 한국인들은 어깨에 힘을 주며 활보한다. 대우의 힘은 현지의 법을 고칠 정도에 이릅니다.
‘대우법(Daewoo’s Law)’ 루마니아에서 대우가 받는 특혜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처럼 대우의 세계경영은 철저하게 현지화가 이뤄져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기업의 글로벌전략에 관한 이론적 틀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세계의 어떤 기업도 대우와 같은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고, 따라서 지금의 많은 이론적 틀이 ‘세계경영’을 이해하는 참고는 될 지언정 해답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전체 역사 속에서 세계경영을 조명하고, 세계경영이라는 거울을 통해 미래 기업을 이끌어갈 역사관을 찾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김만균 경기과학기술대 중소기업경영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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