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기도] 남이섬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사계절 팔색조 추억, 그 섬에 가고 싶다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학원에서 남이섬으로 여름캠프를 갔다. 강물에 신나게 수영하고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25년 전, 남이섬은 복잡한 유원지였다.

스물네 살 때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함께 남이섬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었다. 동동주에 파전을 먹고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었다. 10년 전,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였다.11월 11일 남이섬에 다녀왔다.

10년 만에 간 남이섬은 마치 어느 이름 모를 별나라에 초대된 느낌이랄까. 남이섬에서 두 번째로 큰 배, 인어공주호를 타고 남이섬에 도착해 하루 종일 쏘다니며 남이섬을 걷고 또 걸었다.

지난 2006년 3월 1일 한국 속의 동화적인 상상나라, 창의적인 동화나라로 가꾸자는 뜻에서 국가형태를 표방하는 특수관광지 나미나라공화국으로의 독립을 선언한 남이섬.

독자적인 국기와 애국가, 화폐, 여권, 우표가 있고 나시족 동파문자를 쓰며 국민에게는 시민증서를 수여하는 등 상상속의 동화나라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함께 숨쉬는 나라를 만들고자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무법천지법을 따르고 있었다.

2012년 한 해 동안 외국인 65만 명을 포함해 총 26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남이섬은 남녀노소, 내외국인 모두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신비로운 세계나라, 나미나라공화국이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입장에서 남이섬 가서 먹고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정리해봤다.

뱃길로 갈래? 하늘길로 갈래?

남이섬은 1944년 청평댐을 만들 때 북한강 강물이 차서 생긴 내륙의 섬. 선착장은 경기도 가평군에, 섬은 강원도 춘천에 있다. 둘레 5km, 면적 46만㎡의 남이섬에 입장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옛날에는 배를 타야만 남이섬에 들어 갈 수 있었다. 1970년대에는 ‘남이섬 베이비’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남이섬 배가 일찍 끊겨 생기는 해프닝도 많았지만 요즘은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수시로 운항한다. 그러니 일찍 배가 끊길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요즘은 하늘길(?)로도 남이섬에 갈 수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940m), 세계에서 가장 높은(80m) ‘짚-와이어(Zip-wire)’를 타면 1분 30초 만에 남이섬에 도착한다. 2010년 11월 개장한 이래 탑승객이 1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짚-와이어를 이용하면 배나 자동차 대신 쇠줄에 매달린 의자 형태의 기구를 타고 스릴을 즐기며 남이섬과 자라섬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다.

줄 하나에 의지해서 하늘에서 본 남이섬은 어떤 느낌일까.(고백하자면 80m 높이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갔으나 짚-와이어는 타지 않았다. 이유는 무서워서.) 이용자의 중력에 의해 무동력 자유낙하로 최소 시속 80km로 하늘을 나는 짚-와이어는 소음이나 유해 오염물질은 일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레포츠다. 고공 낙하하듯 하강하면서 느끼는 쾌감과 하늘을 나는 짜릿함은 온몸을 전율케 한다. 또 북한강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탄식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포장도로가 하나도 없는 나무섬… 길, 길, 길

남이섬에는 길이 많다. 오솔길, 산책길, 숲길, 가로수길, 전나무길, 은행나무길, 자작나무길, 벚나무길,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이 많은 길 중에 포장도로는 없다. 시멘트 건물은 있어도 시멘트 길을 없다. 오직 흙길이다. 오르막도 없는 평탄한 흙길.

남이섬 길에는 300종이 넘는 1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 남이섬의 풍경은 나무 풍경인 셈이다. 50년 전만 해도 남이섬은 뽕나무나 자라던 불모지였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바로 남이섬의 이야기다.

이 척박한 모래섬에선 인근 주민의 허기를 달랠 정도의 땅콩이 전부였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러 남이섬은 이제 나무섬이 됐다. 나무가 주인인 남이섬에는 동물 수백 마리도 함께 산다. 타조가 모이 쪼고, 토끼가 들풀을 뜯어 먹고, 청설모가 쓰레기통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 50m도 넘는 거대한 나무가 두 줄로 정렬해 기다랗게 서 있는 길.

메타세쿼이아 늘어선 길은 누가 뭐래도 남이섬을 상징하는 대표 풍경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두루두루 고마운 나무다.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로 적합한 이유는 키가 빨리 자라서다. 매일 살피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큰다. 메타세쿼이아가 쑥쑥 자라는 동안 남이섬도 어른이 됐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기자가 뽑은 남이섬 Hot Place 5

1. 호떡집

2008년 11월 이후 별안간 떠오른 신흥 명소. 특히 동남아시아 손님의 폭발적인 지지와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 단체 손님을 태운 배가 들어온다면 참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인내심을 갖고 1시간 이상 줄 서서 먹어야 한다. 정말 ‘불난 호떡집’을 구경할 수 있다. 호떡 한개 1천원. 현금 준비 필수. 아이와 여성이 먹기에 딱 좋은 크기. 남성들이 먹기엔 조금 작은 호떡.

2. 메타세쿼이아 길

남이섬 대표 아이콘. 사시사철 그리고 하루 종일 사람으로 북적인다. 전날 밤을 섬에서 지내거나 이른 아침 첫 배나 타고 들어와야 겨울연가 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나무보다 사람이, 한국사람보다 일본인, 중국인이 더 많을 때도 있다. 복잡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남이섬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

3. 자전거

남이섬에는 아직도 커플 자전거 타는 연인들이 많다. 심지어 커플 신발, 커플티까지 입고 남이섬 한을 한 바퀴, 두 바퀴 도는 닭살 커플도 있다.

운치원에 위치한 남이라인 바이크센터에서는 연인, 친구, 가족들과 여유롭게 남이섬을 둘러볼 수 있는 각종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다. 1인용 자전거 30분 3천원(1시간 5천원)/2인용 자전거 30분, 6천원(1시간 1만원)/가족용 자전거 30분 1만원(1시간 1만9천원).

4. 해와 달 녹음실 ‘나만의 음반 만들기’

전문 녹음실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날 직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 직접 들려주고 싶은 노래 CD 한장에 소중히 담을 수 있다.

멘트, 노래선곡, 발성과 마무리 믹싱까지 부부가수 해와달이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서 멋진 음반을 만들어 준다. 1주일 전 예약 필수. 1곡 5만원(CD포함)

5. 이슬람 기도실

남이섬을 여러 번 다녀간 관광객들도 이런 데가 있었나 하고 놀라는 비밀 장소가 있다. 바로 밥플렉스 건물 구석에 위치한 이슬람 기도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 관광객들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기도실을 마련한 것. 이슬람 경전 ‘코란’의 구절이 들어가 있는 그림이 걸려 있고, ‘코란’도 있고 무슬림 여성을 위한 히잡도 구비돼 있다. 남이섬이 ‘다름’에 대처하는 자세를 볼 수 있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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