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동력 개척자 스마트 창조도시 꿈꾼다
이는 사람을 두고 한 말이나, 넓게 보면 세상만사가 이와 다를 게 없다. 그런 점에서 ‘40’은 매력적인 숫자다.
올해 안양도 나이 ‘사십’을 먹었다. 유년은 초라했다.
인구 10만의 작은 소도시에서 내세울 것이라고는 ‘포도’가 전부였다.
그랬던 안양이 지금,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연인원 40만여명이 참여한 ‘안양시 승격 40주년 기념 시민축제’는 그 변화의 상을 여실히 보여준 축제의 장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최대호 안양시장이 있다.
범계역 ‘G스퀘어’는 벤처기업의 산실
안양 스마트콘텐츠센터 117개 업체 500여명 ‘융합과 상상의 나래’
최대호 시장은 겸손하지 않다. 자랑이 많다. 11월 7일 시장 집무실서 1시간 내외의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거침이 없었다. 다만 그 자랑의 범위는 지역을 넘지 않는다. ‘안양’으로 시작해 ‘안양’으로 끝나는 식이다. 그 사이 자기자랑은 한마디도 없다. 스스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최 시장.
최 시장은 대뜸 집무실 창밖을 향해 자신의 손가락을 가리켰다. 손가락 끝에 높고 기다란 건물 한 채가 걸려 있었다. 시청과 불과 5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범계역 ‘G스퀘어’ 건물. 그 건물 꼭대기 16층과 19층 네 개 층에 ‘안양 스마트콘텐츠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작년 5월 개소한 스마트콘텐츠 센터는 안양시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스마트 창조도시’라는 안양의 도시슬로건이 이곳으로부터 파생됐을 정도니 두말할 것도 없다. 이곳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예비창업자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융합과 상상, 소통’의 공간이다.
모두 117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직원 수를 합치면 500여명 가까이 된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은 갖추고 있으나 자본이 없어 시장 진입이 어려운 벤처기업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시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공간을 내어주고 각종 편의와 기업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는 일이 전부다.
“창조가 어렵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너무나 쉽고 단순해요. 개별 주체들이 가진 재능은 같을 순 없어요. 가령 디자인은 강한데 프로그래밍이 약하거나, 프로그래밍 실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는 식이죠. 그런데 이 둘이 소통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과 서로의 강점을 인지하고 공유할 때 ‘시너지’가 발생하고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지게 되죠”
‘스마트콘텐츠 센터’ 설립 일년… 입주기업 잇단 ‘성공신화’
㈜아이포트폴리오, 미국 애플 제치고 ‘옥스퍼드’ 출판사와 독점계약
성장은 소통만큼이나 빠르다. 이제 갓 1년을 넘겼음에도 센터 내 입주기업들의 ‘성공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전자책 콘텐츠 개발업체인 ㈜아이포트폴리오의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미국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사인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프레스’(Oxford University Press)와 독점 계약해 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
현재 ㈜아이포트폴리오는 전자책 플랫폼 공급 사용료로 한해 1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외 힐링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큐베이팅 기업도 지난해 최고 18억원의 월 매출을 기록하거나 해외 콘텐츠 기업과의 수출계약을 따내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이곳에서 더 큰 성장을 할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콘텐츠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냈습니다. 안양시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벤처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오는 2015년까지 ‘평촌스마트스퀘어’를 비롯해 3곳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덕 분일까. 올해 들어 최 시장이 바빠졌다. 지난 5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스마트 이벤트 2013’(Smart Events 2013)에 참석해 ‘스마트창조도시 안양’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 11월 6일 안양 파빌리온에서 ‘2013 제1회 안양 스마트창조도시 국제포럼’(ISFIA 2013)을 열고 기조연설도 했다.
시민이 기획하고 함께한 市 승격 40주년 축제 ‘대성공’
열정 40년, 도약의 100년 주제… 안양시민 절반 넘는 40만명 참여
바쁜 일정에도 최 시장이 잊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생일’을 챙기는 일이다. 시(市) 승격 ‘40주년’. 매년 10월이면 반복하는 행사였지만 이번은 달랐다. 올 4월 ‘축제추진위원회’를 일찌감치 구성해 시 승격 40주년 슬로건과 축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그 결과 ‘열정 40년, 도약의 100년’을 슬로건으로 안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축제 기획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최 시장은 연예인과 기관 중심의 천편일률적 축제가 아닌 시민이 기획하고 시민이 주축이 되는 시민주도형 축제가 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최 시장은 ‘시 승격 40주년 기념 축제’ 개·폐막식을 진행할 총감독으로 윤호진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을 선임했다. 윤 감독은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연출했고 지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을 맡기도 한 축제 전문가다.
이를 시작으로 빈틈없이 축제 준비가 진행됐다. 축제 넉 달 전부터 사전행사 개념으로 ‘추억의 사진 공모전’, ‘축제 공식포스터 선정’ 등 단계별 홍보를 진행하는 등 만전을 기울였다.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안양 평촌중앙공원과 삼덕공원에서 열린 안양시 승격 40주년 축제에만 안양시민 절반이 다녀갔다. 특히 자발적으로 참여한 210여개 지역 동아리, 2천110명의 시민 공연단이 내뿜는 축제의 열기는 뜨거웠다.
“62만 시민 모두가 감동으로 하나 된 지난 축제에서 지나온 40년의 열정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매도시의 참여도 역대 가장 많아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축제가 됐어요. 여기에 평생학습박람회, 우수기업 홍보관, 복지박람회, 다문화 가족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주민 참여는 물론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시민들과 맘껏 웃고 떠들며 개인적인 스트레스도 날렸죠.”
자부심만큼 아쉬움도… 언제나 초심으로
풀지못한 숙원사업 열쇠는 ‘진실한 마음’
자랑할 게 많은 최 시장이지만 아쉬운 것도 많다. ‘민선5기’로 취임한 지 3년이 훌쩍 흘렀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4년차다. ‘민선6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레임덕의 부담보다 그를 붙잡는 것은 안양시민과의 약속이다.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안양·의왕·군포’ 3개 시 통합과 안양 덕천 재개발지구 추진,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 등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이해를 가진 사람들과의 생각치 못한 갈등도 있었고, 반목도 있었다.
최 시장이 임기 내 힘들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는 중앙정부와 기관을 직접 방문하며 항의를 하기도 때론 협상안을 제시해 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 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것을 아쉬움으로 남기지 말고 안 되면 분석하고 보완해서 세상에 내놓으면 그 진정성이 하늘에 닿을 것이라게 그의 신념이다.
임기 동안 최 시장이 품고다녔다는 말이 ‘불위야, 비불능야’(不爲也, 非不能也)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란 뜻으로 ‘맹자’(孟子)가 한 말이다.
최 시장은 “누구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왜 해야 하는 지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이뤘을 때의 ‘가치’가 확실하다면 우리 시의 숙원사업과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고 자신했다.
알려진 대로 그는 내년 ‘민선6기’ 재선 도전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다. 일부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손을 들어주는 이들도 있다. 선택은 시민의 몫이다. 그의 진정성은 그만 아는 것이겠으나. 성과보다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안양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지금보다 밝을 것이라는 건 자명한 이치 아니겠는가.
글 _ 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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