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메주 만드는 어린이들 보며…

올 겨울은 도시 생활에 딱히 준비할 것도 없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예년과는 조금 다른 겨울맞이를 해보자고 동료직원들과 마음을 모았다.

그동안 김장나누기, 연탄나누기, 집고치기, 방한복에 내의 등등 여러 생각들이 나왔지만 ‘가정이 행복한 도시, 군포’에 어울리는 일들을 찾아보자고 하여 나온 아이디어가 이주가정 등에게 메주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 과정의 취지는 단순히 우리 전래의 문화를 소개하고 음식을 나누며 소외감을 줄여주는 것에서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좀 더 적극적인 생각이 들었다.

군포시에서는 다문화가정, 이주가정이 잘 정착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꾼,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여 농협에서도 작은 힘을 보태며 또다른 융합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을 위한 여러 노력들 중 하나로 농협에서는 지역 내 어려운 가정에 반찬나누기에도 적용하고 있다. 농협봉사단과 이주가정의 주부들이 동참하여 우리의 입맛에 익숙해져 있는 반찬 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음식도 소개하고 만들어 이웃과 함께 맛을 나누고 있다.

어른아이 함께 모여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풍경을 그리며 콩삶아 메주드는 날의 모습이 김판용 시인의 ‘11월, 아득히 먼’ 이란 시가 생각난다.

햇볕이 적금된 통장/그 붉고 노란 단풍잎마다/비밀번호를 적고 사인을 했다./허허한 겨울을 위해 마음의 지갑을 채운다.(중략)/아궁이에 다비가 끝나자/솥에서 건져 올라오는 사리같은 콩알들/주렁주렁 매달려 뜨는 메주냄새에/낡은 어머니의 옷자락이 젖는데(생략)

김동윤 농협 군포시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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