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당하는’ 남자와 ‘감시하는’ 여자

전민식 장편소설 ‘13월’ 출간

‘이름, 나이, 학교, 직업, 위치, 취미, 스케줄, 가족사항…’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개인 정보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줄줄 새고 있다. 심지어 계좌정보, 계좌잔액, 신용카드 사용처 등 개인의 금융 관련 정보도 예외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정치적·상업적 이유로 다양한 개인 정보를 유출당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감시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전민식(48)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13월’(북폴리오刊)은 전자 통신망의 의존도가 높은 현대인들의 불안과 문제를 제기한다. ‘13월’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음모 가득한 비정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인간을 그린다.

고아로 자라 일찍이 비행과 범죄에 노출됐지만 이를 극복하고, 꿈꾸던 명문대 학생이 된 재황. 하지만 그에게는 결코 평탄한 삶이 주어지지 않는다. 필연적인 가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험한 유혹에 휩쓸리고 급기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마수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

비밀 정부 기관 ‘목장연구소’에 소속돼 재황의 뒤를 쫓으며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여자, 수인이 바로 그다. 그녀는 ‘인류를 위한 숭고한 프로젝트’라는 연구소 측의 설명을 믿으며 누구보다 성실히 일을 수행하지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재황의 운명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그에게 깊이 빠져든다. 우성 인자를 연구해 인종을 개량 하려는 비밀 정부 기관의 음모에 따라 실험 대상으로 키워진 남자와 점점 그의 그림자가 되어 가는 여자. 고도로 발달된 문명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위기에 서늘한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작가의 구성력과 탄탄한 필력이 돋보인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2012년 제8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전민식은 3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평택 캠프 험프리라는 기지촌으로 이사한 뒤 그곳에서 자랐다. 글을 좋아하는 보통의 사춘기를 보냈고, 글쓰기를 열망했던 최악의 청년기를 지나왔다. 오랜 세월 글쓰기에 매진했고 마흔일곱이라는 중년의 나이에 작가가 됐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파주 교하에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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