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령도에 살포된 ‘北 삐라’, 예삿일 아니다

백령도에 살포된 북한의 삐라(전단)를 대수롭잖게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일 작전사령관급 주요 지휘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김 장관이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으로 시기를 특정한 것은 한ㆍ미가 매년 3월 실시하는 키리졸브ㆍ독수리 연습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왔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16일 백령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 6여단을 겨냥해 ‘괴뢰 6해병려(여)단에 보내는 통첩장’이라는 제목의 삐라에서 “괴뢰 6해병려단은 우리가 소멸해야 할 첫 타격 대상”이라며 “전대미문의 파괴력을 가진 타격 수단들이 목표를 확정하고 발사 준비 상태에 있다”고 한 것은 단순한 협박의 수준을 넘어선 도발행위다. ‘탈출만이 살 길’이라는 제목의 삐라에선 “백령도는 거대한 무덤으로 될 것”, “시체마저 타버릴 불가마 속에서 섬 귀신이 되고 싶지 않다면 용단을 내리라” “뛰라(도망치라)”고도 했다. 불에 탄 해골이 그려진 삐라가 발견되기도 했다. 도발야욕이 다분히 엿보이는 내용들이다.

북한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서해지역 전력을 꾸준히 증강해 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올 초 사거리 65 ~ 70㎞의 신형 240㎜ 방사포(다연장 로켓)를 실전 배치했으며, 연평도 포격을 가했던 122㎜ 방사포(사거리 20㎞)도 수를 늘려 전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서북 도서 지역에 K-9 자주포 수를 늘리고 다연장 로켓 ‘구룡’과 스파이크 미사일을 새로 배치한 것은 적절한 대응책이다.

북한의 연평도 삐라 살포 행위가 우려되는 점은 ‘장성택 처형’ 이후 지난 17일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최고 실세임이 확인된 사실이다. 그는 전날 북한군의 김정은 충성 맹세대회를 주도한 데 이어 추모대회에서도 ‘결의연설’을 통해 충성을 다짐했다. 북한에서 군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은 남북 간 교류협력보다는 군사적 긴장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1995년부터 국가 경영에 군을 최우선시하는 이른 바 선군(先軍)정치를 해 온 북한이다. 군의 충성 경쟁으로 엉뚱한 대남 도발을 자행할 우려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상설 사무조직 설치를 지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평상시라면 대남 삐라를 신경 쓰지 않겠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동요된다”는 백령도 주민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 군의 철저한 대비는 물론 국민의 안보태세 확립이 거듭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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