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위기 굿~ 레스토랑!” 골목술집 향하던 발길 ‘U턴’

바뀐 송년회 문화 ‘희비’

경기침체 장기화로 올 한해 혹독한 경영난에 시달렸던 골목상권에 연말 특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음주 등을 자제하는 송년회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다 얇아진 지갑 탓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층이 늘면서 일반 중저가 식당가는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반면, 고가의 레스토랑 등은 손님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며 연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저녁 7시 수원시 장안구 A패밀리레스토랑은 테이블마다 가족, 친구, 각종 모임을 하는 손님으로 가득해 대기자만 10여명에 달했다. 저녁식사 시 1인당 4만원 이상으로 3~4명이 식사에 가벼운 술 등을 곁들일 경우 20여만원이 훌쩍 넘어가지만 이 달 주말 저녁시간대 4인 이상 테이블은 모두 예약이 완료됐다.

부어! 마셔라? ‘술없는 모임’ 확산 중•저가 식당들 특수 실종 ‘썰렁’

즐기는 연말! ‘고급 음식점’ 북적 지방선거 의식 ‘쉬쉬 분위기’ 한몫

고급 음식점들이 들어선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B쇼핑몰의 한 레스토랑은 이미 지난달 말에 12월 주말, 주중 예약이 빗발치면서 특정시간대 예약 손님은 더이상 받지 않고 있다. 점심시간 평균 5만~7만원, 저녁시간 7만원 이상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최근 무작정 술을 마시는 송년회에서 가벼운 와인 등으로 모임을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회사 등에서 연말 모임 장소로 차분한 레스토랑을 많이 찾고 있다”며 “가족 단위로 송년회를 보내는 이들도 많아져 소가족부터 친척들까지 모이는 대가족 예약도 절반 이상”이라고 전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들의 80.6%가 절주 및 간소한 송년회를 권장하고 있었다. 송년회 대신 봉사활동을 권장(8.3%)하거나 문화·스포츠 송년회(5.6%), 송년회 자체를 지양하고 가족들과 함께할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5.6%)도 시행하고 있었다.

반면 서민층이 많이 찾는 일반 식당가는 예년처럼 ‘먹고 마시는’ 송년회가 줄어들며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 이에 더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 등이 선거법을 의식해 모임을 하지 않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위기다. 수원시 장안구 C갈비집은 지난해 12월에는 기업체, 동창회 등 각종 송년회로 하루 평균 2~3팀의 예약 손님이 있었지만, 올 12월에는 한 달 간 예약 잡힌 날이 9일에 불과하다.

C식당 대표는 “올 한해 어려워도 ‘연말에는 장사가 잘 되겠지’하고 기대했는데 이 일대 식당가들은 지난해보다 손님이 20%는 줄어들었다”며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법을 의식해서인지 30명 이상의 단체 대규모 모임, 관공서 등의 예약은 아예 한 건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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