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 깎아먹는 건축업계 과다출혈로 빈사상태

설계비 후려치기… 일감 가뭄 건축사들 사면초가

인천건축사협회 회원 절반 가까이 월 1건도 수주못해

건축주 터무니 없는 단가 요구… 부실설계 부메랑 우려

인천지역 건축사업계가 공사물량 급감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가운데 단가 후려치기 등 업계 간 ‘제 살 깎아 먹기’ 출혈 경쟁으로 부실설계 우려를 낳고 있다.

22일 인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가입된 357명의 회원 가운데 한 달 평균 1건의 설계도 맡지 못하는 건축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역 내 굵직한 규모의 공사도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으로 들어온 외지 건축사들이 독식하기 일쑤여서 인천 건축사들은 그나마 소규모 단독 주택의 대수선이나 용도변경 등의 공사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물량 부족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부 건축주는 건축사업계의 경영난을 틈타 설계비용 평균 단가인 3.3㎡당 8만~9만 원보다도 터무니없는 저가 설계 수주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설계비는 3.3㎡당 8만~9만 원으로 통신과 설비, 소방, 전기, 구조 등의 외주 용역비를 제외하면 이윤은 20% 이하로 사무실 운영비조차 대기 버겁다.

최근 한 개인 건축주가 20~30개의 원룸을 신축하면서 일부 건축사에게 설계비를 6만 원 이하로 대폭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등 설계비 후려치기가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건축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고 있지만, 건축주들이 원룸이 아닌 다른 건축물에도 저가 설계금액을 요구해 업계 갈등이 증폭되고 부실설계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건축사는 “설계비 후려치기를 통한 물량 확보는 임시방편으로 사실상 건축업계 전체를 죽이는 일”이라며 “단가가 너무 낮다 보니 제대로 된 설계를 하기 어려워 부실설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건축사회 관계자는 “건설 공사의 경우 지역 업체 공동 도급 등을 통해 지역 업체를 배려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만, 건축 업무는 배제돼 있다”면서 “정부와 자치단체 등에 법률 제정 및 조례 제정을 요구했지만, 매번 허사로 돌아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sdm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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