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老母를 향한 사모곡…강형철 시집 ‘환생’

시인과 치매 사이에 ‘어머니’가 있다. 시인의 어머니는 일흔아홉, 평생 장남 일에 안 된다는 말 한 번 안 하셨고, 아들이 교회고 절이라고 하셨던 어머니는 지금 누워 계신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의 속살을 보여줘 온 강형철 시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오락가락하는 老母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독자 곁으로 왔다. 10여 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 ‘환생’(실천문학사刊)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노래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발표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시들과 최근의 시들을 합쳐 총 4부로 묶었다. 1부는 나름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모았고 2부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이야기를 모았다. 3부와 4부는 최근에 생각하는 것들을 시로 쓴 것들이다. 시인은 특히 2부 시편들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웃으면서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들로 엮었다.

이번 시집은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어머니의 정겹고 지혜로운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소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 지쳐 놓치고 있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삶의 근본임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마음은 어머니를 위해 부르는 우리 세대의 사모곡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자신을 미욱한 아들이라 말하는 강형철 시인은 “ 이 시집에서 혹시 좋은 대목을 발견한다면 나를 매개로 드러난 고마운 사람들 모습 덕분이라고. 학자의 가상물질이었던 힉스가 현실로 출현하듯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그 찬란한 헌신과 사랑이 현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인은 “다만 시집을 내는 시점에 안타까운 것은 최근 나의 모든 것에 가장 중심인 어머니가 기력이 쇠해서 병원에 계신다는 것, 여전히 엄히 깨우쳐주시고 가르쳐주시지 않고 생각만 많이 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는 것, 그래서 많이 송구하고 아프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강형철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숭실대 철학과, 동대학원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5년 ‘민중시’ 2집에 ‘해망동 일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해망동 일기’, ‘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상임이사와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5월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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