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히지 않는 손톱 밑 가시, 그냥 잊고 살자

건의하면 뭐합니까? 해결도 안 되는데… ‘손톱 밑 가시뽑기’ 입 닫은 기업들

경영애로 해소한다더니 해결 사례는 드물어

접수 건수 상반기 925건하반기 81건 ‘급감’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준다길래 얘기했더니 개인적인 일이라고 안된다고 하니… 그냥, 말안하렵니다.”

박근혜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겠다며 야심차게 시행한 ‘손톱 밑 가시뽑기’가 시행 1년도 채 안돼 기업인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부처 등의 접수창구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지만 정작 해결되는 사례는 적다보니 기업인들이 규제 개선을 직접 체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1월7일 인수위 첫 회의에서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후 손톱 밑 가시뽑기는 정부의 핵심 시책이 되면서 손톱 밑 가시뽑기를 표방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소기업청은 중기중앙회, 소상공인진흥원 등 17개 중소기업 관련기관과 손톱 밑 가시뽑기 TF팀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고,중소기업 중앙회 각 지역 본부에도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가 마련되는 등 접수창구가 속속 들어섰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들의 참여는 ‘반짝’에 그치고 있다.

24일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된 손톱 밑 가시는 925건으로 기업들의 애로가 봇물을 이뤘으나 7월부터 11월 말까지 81건 밖에 접수되지 않아 상반기 접수의 10%에 그쳤다. 11개의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청에서도 지난 12월부터 5월까지 453건이 접수(경기청 28건)됐지만, 6월부터 11월말까지는 145건(경기청 11건)만이 접수됐다.

이처럼 접수가 줄어든 이유는 기업인들이 실제 자신들의 경영애로 해결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손톱 밑 가시는 개인적인 경영 어려움과 민원이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 등이 동반돼야 해 실제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청 옴부즈만실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접수한 1천39건을 살펴봐도 여러 규제 등으로 현 시점에서는 개선이 불가능한 장기검토가 173건에 달해 해결된 건의는 183건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역시 지난 4월 손톱 밑 가시 힐링센터 간담회에서 21건의 접수된 사항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개선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건의된 내용들은 주로 위생안전기준 인증 유효기간 연장, 고효율에너지인증 제도 개선 등 개별 기업의 특수한 사정이거나 민원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도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손톱 밑 가시는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시처럼 몹시 괴로운 불합리한 일인데, 민원을 제기하면 ‘개인적인 일이다, 법과 맞지 않다’고 하니 기업인들이 아예 접수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며 “손톱 밑 가시를 기업 입장이 아닌 정부 입장에서 고려하고 기업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부에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는 기업인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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