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심사 기준 고무줄… 조종사 사표 속출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기준 수차례 강화”
국토부 탈락률 높이기 위한 포석 의구심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 이후 국토교통부 방침에 따라 조종사 기량심사를 진행하면서 일관된 기준이 없어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탈락 조종사들이 사표를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국토부의 조종사 기량심사 강화 지시에 의해 지난 10월부터 B777 기종 조종사 240명과 B747 조종사 등에 대한 기량심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기량심사 중 평가 기준이 수차례 강화되자 조종사들은 국토부가 탈락률을 고의로 높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B777과 B747 기종 기장과 부기장을 상대로 한 기량심사에서 최종 탈락한 조종사 2명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자격을 논하는 평가라면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는데, 측풍 속도나 비상절차 등의 기준이 중간에 3차례 강화됐다”면서 “회사에 항의했지만, 회사는 국토부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은 국토부가 심사 진행 중에 오토스로틀(자동 속도 조정장치)을 끄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일관된 기준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조종사는 “시뮬레이터 심사에서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시계 착륙하라고 한다”면서 “자동차로 치면 곡예운전을 하지 않으면 운전할 자격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심사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개인(조종사)이 사고를 냈다고 자격 가진 조종사 전부를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이 같은 부당한 기량심사는 전체 조종사를 도마 위에 놓고 난도질하는 인격 모욕이라는 것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나니 국토부가 보여주기 식으로 이런 걸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비행안전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사표를 쓴 사람까지 나오니 다들 많이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나 측에 훈련을 강화하고 심사할 것을 지시했을 뿐, 평가 기준은 항공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다른 항공사 조종사들까지 기량심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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